사람의 창의성은 잠에서 깬 직후 일시적으로 폭발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15일 발표한 연구 성과에서 사람이 막 각성한 상태, 즉 잠에서 깬 직후나 잠과 꿈 중간에 걸친 상황에서 창의력이 급격하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MIT 연구팀은 사람의 창의성이 잠이나 꿈과 어떻게 연관됐는지 궁금했다. 뇌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된 꿈이 가진 잠재적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도미오(Dormio)'를 동원했다.

사람은 의식과 꿈의 경계, 특히 잠에서 막 깬 상태에서 창의력이 폭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도미오는 손에 장착하는 작은 장치로 스마트폰 앱과 연동된다. 착용자가 N1, 즉 수면과 각성의 중간 단계에 이르면 도미오에 연결된 스마트폰 앱이 미리 정해진 주제의 꿈을 꾸도록 음성 유도를 시작한다. 몇 분 뒤 다음 수면 단계로 넘어갈 때 앱이 강제로 착용자를 깨우고 방금 꾼 꿈을 리포트하게 한다. 즉 도미오는 사람을 임의로 각성 상태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연구팀은 남녀 피실험자 49명을 모집하고 A, B, C, D 그룹으로 나눈 뒤 모두 도미오를 착용하게 했다. 이후 각 그룹은 45분간 서로 다른 조건의 실험에 나섰다.

A 그룹은 45분간 자면서 도미오를 통해 나무에 관한 꿈을 꾸도록 유도됐다. 앱에 의해 각성한 뒤에는 꿈의 내용을 보고하고 다시 잠들었다. 이런 사이클을 45분 동안 몇 차례 반복했다. B 그룹은 A와 같은 조건에서 나무에 관한 꿈 유도 과정만 제외했다. C와 D 그룹은 45분 내내 깨어 있었는데, C 그룹은 나무에 대해 생각하고, D 그룹은 자유롭게 놔뒀다.

MIT가 개발한 노미오. 착용자가 임의의 꿈을 꾸도록 음성으로 유도한다. <사진=MIT 공식 홈페이지>

이 세션 이후 실험 참가자들은 나무에 얽힌 창조적인 이야기를 꾸며내는 스토리텔링 과제를 수행했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읽어주고 이야기의 창의성을 평가받았다. 일정한 지문이 주어진 창의성 테스트도 이뤄졌다.

그 결과 A 그룹이 가장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B 그룹의 경우 C나 D 그룹에 비해서는 창의력이 우수했지만 A보다는 떨어졌다. A 그룹은 B 그룹에 비해 43%, C와 D 그룹에 비해서는 78%나 창의력 점수가 높았다.

특히 A 그룹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해답을 산출하는 확산적 사고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도미오 실험을 통해 사람이 잠과 꿈의 중간 단계, 또는 각성 직후에 창의력이 약 80% 향상된다고 결론 내렸다.

에디슨이 아이디어를 위해 각성을 이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A 그룹 전체로 보면 꿈을 꾼 횟수가 많을수록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은 꿈에서 본 내용을 이야기에 많이 담아낸 것은 물론, 두 단어나 개념의 의미가 얼마나 다른지 구분하는 의미적 거리 지표도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은 막 잠에서 깼을 때 창조적 사고력이 강해진다는 것을 이번 실험이 잘 보여줬다"며 "이는 선잠을 자다 깬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짧은 낮잠은 체력 보강은 물론 창의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발명왕 에디슨은 머리가 꽉 막힐 때면 금속 공을 든 채 선잠을 잤다고 전해진다. 일부 수면 건강 학자들은 에디슨이 공을 놓치면서 퍼뜩 깰 때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으로 추측해 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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