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역사가 적어도 4500년은 됐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인류의 키스를 묘사한 가장 오래된 문서보다 1000년은 앞선 것이어서 학계 관심이 쏠렸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역사학자 트로엘스 팽크 아르뵐 교수는 22일 트위터를 통해 기원전 2500년 것으로 추측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분석 결과 남녀의 키스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교수에 따르면 사랑하는 남녀가 키스하는 상황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사용한 설형문자(쐐기문자)로 제법 상세하게 새겨졌다. 아르뵐 교수는 다른 고대 문화에서도 가족이나 친구 사이의 가벼운 입맞춤을 묘사한 문장은 발견됐지만 남녀의 진한 키스를 다룬 것은 드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원전 1800년 제작된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커플의 진한 키스를 묘사했다. 사진은 임의로 옆으로 회전했다. <사진=영국 런던 박물관(The British Museum) 공식 홈페이지>

주목할 점은 당시 사람들이 키스를 도덕성과 결부했다는 사실이다. 기원전 1800년 제작된 메소포타미아의 다른 점토판에는 기혼 여성이 다른 남성과 키스로 타락해 가는 상황이 담겼다. 비슷한 연대의 다른 점토판은 미혼 여성이 특정 남성과 키스나 성관계를 자제할 것을 마음먹는 과정을 묘사했다. 이런 점에서 교수는 당시 사람들도 부부가 아닌 사람끼리 키스를 부정하게 여겼다고 판단했다.

학계는 기원전 3300년 무렵 이미 고도화된 문화를 이룩한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사랑의 묘사에 무척 적극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독창적인 쐐기문자를 이용해 다양한 기록을 점토판에 남겼다. 글만 담긴 점토판이 있는가 하면, 조각이 들어간 것도 발굴된 바 있다.

이번 발견으로 인해 키스가 고대 인도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가설은 무너지게 됐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키스가 인도에서 유래했으며, 바이러스성 질환인 헤르페스를 옮긴 결정적 이유라고 주장해 왔다.

클림트의 유명 회화 '연인'과 같이 키스는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묘사돼 왔다. <사진=The Bridgeman Art Library>

실제로 인류의 키스를 묘사한 가장 오래된 유물은 기원전 1500년 제작된 인도 문서였다. 이후 고대 바빌로니아 유적에서 남녀의 키스와 성행위를 묘사한 점토판 조각이 발굴됐는데, 그 연대는 기원전 1800년으로 추측됐다.

아르뵐 교수는 "메소포타미아 쐐기문자 점토판 중에는 고대인들이 키스를 통해 질병의 전파를 경험했다는 기록도 있다"며 "당시 사람들과 키스의 연관성을 연구하면 고대인들이 겪은 전염병의 전파 경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은 인류의 키스가 한 문화에서 퍼진 것이 아니라 여러 문명에서 시작됐음을 시사한다"며 "고대 사회에서도 키스가 지금처럼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키스가 병원체 확산에 미친 영향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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