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의 성욕 스위치를 켜고 끄는 뇌 회로가 쥐 실험을 통해 특정됐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 등 다른 동물에게도 유사한 회로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뇌과학 연구팀은 15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동물 수컷의 성적 욕구를 담당하는 뇌 회로를 쥐 실험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교미 경험이 없는 수컷 쥐의 뇌 이곳저곳을 빛으로 자극한 결과 갑자기 암컷에 흥분해 짝짓기를 하려는 상황을 포착했다. 이 뇌 회로는 수컷을 성적으로 흥분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성욕 충족 뒤에 오는 일명 '현자 타임'을 극히 줄여주는 사실도 밝혀졌다.

쥐 수컷의 뇌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성욕 스위치가 켜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도 같은 회로를 가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영화 '님포매니악 볼륨1' 포스터>

이번 연구를 주도한 스탠퍼드대학교 정신의학자 니라오 샤 박사는 이전 연구에서 이미 수컷의 성행동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수컷의 성욕은 뇌 편도체에 위치한 분계조상핵이 성욕을 관장하는 뇌 시상하부의 시삭전야에 자극을 주면서 발현된다. 다만 이런 연결이 가능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무엇인지는 지금껏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최근 실험에서 쥐의 분계조상핵 속에 P물질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챘다. 시삭전야에는 P물질 수용체를 가진 신경세포가 있다는 사실 역시 알아냈다.

샤 박사는 "수컷의 성욕 회로는 이 두 신경세포의 그룹으로 판명됐다"며 "P물질은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해 이 회로를 열고 닫는다는 게 이번 실험의 결론"이라고 전했다.

성욕 회로가 자극된 수컷 쥐는 암컷 쥐는 물론 수컷 쥐, 쥐 인형과도 교미를 시도했다. <사진=pixabay>

박사는 "성욕 회로를 옵토제네틱스(빛으로 세포를 조작하는 기술)로 자극함으로써 수컷의 짝짓기 행동에 스위치가 켜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수컷은 시삭전야에 P물질이 전달되자마자 암컷을 집요하게 찾았다. 옵토제네틱스로 시삭전야를 직접 자극하자 곧바로 짝짓기를 하려 들 정도로 흥분했다"고 설명했다.

실험에 동원된 수컷 쥐는 일부러 암컷의 존재를 모르는 개체로 골랐다. 뇌에 연결된 옵토제네틱스 장비가 켜지자 같은 공간에 있던 암컷 쥐에 다급하게 달려들었다. 상대를 수컷 쥐로 바꾼 실험에서도 성욕 회로가 켜지자 허겁지겁 짝짓기를 시도했다.

수컷 쥐는 비커나 나무토막, 튜브 등 사물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쥐의 인형이나 쥐의 인형 절반을 튜브를 연결한 물체에는 곧장 덤벼들었다. 이런 점에서 뇌 회로가 켜져 있더라도 수컷의 성욕에는 시각이 어느 정도 관여한다는 점이 시사됐다. 

특히 뇌 성욕 회로의 직접적 자극은 속칭 '현자 타임'을 단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 박사는 "포유류의 수컷은 성욕을 충족하면 일정한 회복기가 필요하다"며 "쥐 수컷의 경우 5일 정도인데, 회로를 자극하면 곧바로 성욕을 드러냈다. 짝짓기 재개까지 필요한 시간은 불과 1초 이하로, 일반적인 회복기의 40만 분의 1"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간의 성욕 감퇴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포유류의 성적 욕구를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이나 수컷과 암컷의 성욕 차이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얻어낸 값진 성과라고 연구팀은 자평했다.

샤 박사는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는 혈관을 넓혀 혈류를 촉진하는 구조"라며 "만약 쥐와 같은 성욕 회로가 인간에게도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남성의 성생활을 건강하게 해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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