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구석기시대 유럽 서북부에서 발달한 마들렌 문화 유적에서 카니발리즘(식인)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에피그라베티안 문화와 함께 약 1만5000년 전 유럽을 양분한 마들렌 문화에서 식인이 일상적이었다는 새로운 주장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찢기고 절단된 상흔이 뚜렷한 마들렌 문화권 사람들의 뼈 여럿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그릇 대용으로 사용한 흔적이 남은 사람 두개골도 포함됐다.

인골이 나온 곳은 영국 남동부 고대 유적 고프스 동굴이다. 영국 서머싯 체더 협곡에 자리한 이 동굴은 유럽의 대표적인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이다. 인골을 분석한 연구팀은 동굴에 살던 고대인은 동료가 죽으면 매장하지 않고 카니발리즘, 즉 식인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동굴 내부에서 식인으로 볼 흔적이 다수 나온 점에서 마들렌 문화의 카니발리즘은 일상적이었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영국 고프스 동굴의 마들렌 문화 유적에서 나온 사람 두개골 <사진=런던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동료의 시신을 파묻지 않고 먹는 행위는 마들렌 문화권 사람들에게 일종의 장례였지도 모른다"며 "인류가 장례 의식의 일환으로 동료의 시신을 먹은 첫 증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프스 동굴은 물론 북서 유럽 각지의 유적 10여 곳에서 식인의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런 무시무시한 카니발리즘은 마들렌 문화권 사람들 전반적으로 가진 장례 의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생각이 맞는다면, 유럽의 후기 구석기시대 문화는 식인과 비식인으로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유럽의 후기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문화는 마들렌을 비롯해 에피그라베티안이 있다. 에피그라베티안 문화는 주로 유럽 남동부에서 그 흔적이 발견되는데, 당시 사람들은 동료의 시신을 부장품과 함께 땅에 매장했다.

북서 유럽의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 10여 곳에서 카니발리즘의 흔적이 나왔다. <사진=런던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유럽 남부와 북서부의 두 문화권 사람들은 죽은 동료의 시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며 "에피그라베티안 사람들의 장례는 현대인의 그것과 비슷했지만, 마들렌 문화권 사람들은 시신에서 살을 발라내 먹은 것도 모자라 뼈를 가공해 도구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마들렌 문화권의 식인 행위가 어떤 이유로 확산됐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추위 등 자연환경 탓일 가능성은 낮고, 문화적 측면에서 동료의 살을 발라먹고 뼈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고프스 동굴에서 사슴과 말을 사냥하고 먹은 증거가 다수 존재하는 점에서 식인은 굶주림을 해결할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두개골 컵과 인골이 조심스럽게 준비됐다는 측면에서 마들렌 문화권 사람들은 식인에 뚜렷한 장례 의식을 담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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