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유일한 위성 달은 예로부터 인간 삶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왔다. 달을 소재로 한 신화와 전설이 넘쳐나고, 자연재해나 범죄율에 달의 사이클이 연관돼 있다는 가설도 있다. 사람의 수면도 그 중 하나인데, 달의 주기가 인간의 잠에 분명한 영향을 준다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달이 차고 이지러짐(달의 주기, lunar cycle)에 따른 수면 사이클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인공적인 빛과 달빛의 양이 각각 사람의 수면 양이나 질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알아보는 게 실험의 핵심이었다. 

달 주기에 따라 범죄, 자살, 자연재해, 수면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가설은 오래됐다. <사진=pixabay>

이를 위해 연구팀은 완벽하게 다른 환경의 피실험자를 모집했다. 인공적인 조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남미 토바족 98명과 일상에서 전기를 이용하는 미국 시애틀 거주자 464명 등 500명 넘는 인원이 실험에 참가했다. 연구팀은 이들 모두에게 손목시계형 모니터를 착용하고, 달의 주기에 따른 수면 패턴을 조사했다.

1개월간 모니터링한 결과, 피실험자들의 수면 및 기상 패턴은 거주지와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호라시오 이글레시아 워싱턴대 교수는 “보름달이 뜨기 전 며칠간 수면 시간이 줄고 그 이후 늘어나는 공통점이 발견됐다”며 “월령이 수면에 분명히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수는 “이런 영향은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 더 확연했지만, 전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찰됐다”며 “보름달에 가까워지면 빛의 양이 많아져 일몰 후에도 밝다. 대체로 보름달을 향할 때 취침시간이 늦어져 수면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달 주기에 따른 수면패턴 변화 <사진=워싱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달 사이클에 따라 인간은 알게 모르게 다양한 수준의 빛에 노출되며, 이런 변화에 우리 몸이 자극을 받는고 결론 내렸다. 호라시오 교수는 “광원이 없다고 가정할 때 밤의 자연광(달빛)이 인간 야간활동과 수면을 조절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다소 차이는 있지만 민족적·사회적·문화적 배경이나 도시화 수준에 관계없이 인간 수면이 달의 주기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번 실험결과가 산업혁명 이전 인간사회로부터 이어져 온 진화적 적응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호라시오 교수는 “전기가 보급되기 전 사회에서도 환한 달빛 아래서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토바족은 지금도 보름달이 환한 밤이면 대낮과 마찬가지로 사냥이나 낚시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분석한 샘플 수가 500개 안팎으로, 달 주기와 수면의 연관성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도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