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무려 5500종 넘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바다 유전물질 분석 결과 5500종 넘는 새 RNA 바이러스가 특정됐다고 설명했다.

유전정보가 DNA(데옥시리보핵산)가 아닌 RNA(리보핵산)로 구성되는 RNA 바이러스는 체내 침투 후 유전정보 복제 과정에서 잦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DNA 바이러스보다 훨씬 빨리 진화하며 일반 감기부터 코로나19까지 다양한 질병을 야기한다. 사람은 물론 동식물에도 감염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연계의 DNA 바이러스는 수십만 종이나 확인됐지만 RNA 바이러스는 비교적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바다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RNA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전했다.

세포로 구성되는 인간 등 생물과 달리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바코드 기능을 하는 특유의 짧은 DNA가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러스 종을 구별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연구팀은 RNA 바이러스 증식에 필수적인 단백질 정보를 갖는 유전자 특정을 시도했다.

2년 넘게 지구촌을 괴롭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RNA 바이러스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분석한 것은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참여한 '타라 오션(Tara Oceans)'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플랑크톤의 RNA 배열 데이터베이스다. 작은 수생생물의 총칭인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RNA 바이러스의 일반적 숙주다.

그 결과 RNA 바이러스 단백질 정보를 갖는 유전자가 4만4000개나 검출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발견된 유전자의 진화적 연결고리를 규명했더니 유전자 배열이 비슷할수록 바이러스끼리 더 가까운 종임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어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유전자 배열을 과거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할 있게 됐다"며 "덕분에 수작업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유전자들의 객관적 차이를 파악할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새로 발견된 해양 RNA 바이러스는 총 5504종이다. 지금까지 RNA 바이러스는 5개 문으로 구성됐지만 10개로 단번에 2배 늘었다.

새로운 해양 RNA 바이러스문의 주요 분포 지역 <사진=오하이오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바이러스들의 RNA 배열을 지역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새로 발견된 문 중 2개는 온대 또는 열대 해역 중 하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문은 타라비리코타(Taraviricota)와 아티비리코타(Arctiviricota)로 각각 명명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타라비리코타는 복제 형태 상 두 계통의 RNA 바이러스를 서로 연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계가 오랫동안 찾아 헤맨 진화의 미싱링크(missing link, 생물의 진화 계통을 사슬의 고리로 , 빠져 있는 부분으로 상정되는 미발견의 화석 생물을 의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발견은 RNA 바이러스의 진화의 역사를 푸는 힌트가 될 뿐만 아니라 지구 초기 생명의 진화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의 유행에서 보듯 RNA 바이러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을 일으키는 만큼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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