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뱀 투구를 착용한 고대 마야 전사의 머리 조각상이 멕시코에서 발견됐다. 약 1000년 전 만든 것으로 보이는 조각상은 깃털을 가진 뱀 쿠쿨칸(Kukulcan)을 묘사한 것으로 생각된다.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는 17일 공식 X(구 트위터)를 통해 날개가 달린 뱀 형상의 투구를 쓴 병사의 머리 조각상을 소개했다. 이 유물은 멕시코 남부 유카탄 반도의 마야 유적 치첸 이트사의 카사 콜로라다 유적에서 나왔다.

INAH에 따르면 조각상은 약 1000년 전의 것으로, 메소아메리카 신화에서 중요한 존재인 깃털 뱀신 쿠쿨칸을 지키는 전사의 조각상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쿠쿨칸은 마야인들이 떠받는 뱀 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졌다. 쿠쿨칸에 제사를 올리기 위해 축조한 신전 엘 카스티요는 치첸 이트사 중심부에 자리한다.

치첸 이트사 내부의 카사 콜로라다에서 발굴된 석상. 화려한 뱀 투구를 착용했다. <사진=INAH 공식 홈페이지>

발굴 관계자는 “카사 콜로라다 유적의 신전 내부에는 직사각형 연단이 자리하며 치첸 이트사를 다스린 통치자의 계보를 담은 상형문자가 정교하게 조각된 방이 있었다”며 “신전 내부의 상형문자는 유적이 대략 1000년 전 세워졌음을 특정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흥미로운 유물은 높이 33㎝, 너비 28㎝의 뱀 모양 투구를 쓴 조각상”이라며 “병사의 얼굴을 둘러싼 투구는 뱀이 크게 입을 벌린 극적인 형상이며, 화려한 날개장식까지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뱀 투구를 쓴 병사의 머리 석상은 높이 약 33㎝, 너비 약 28㎝ 크기다. <사진=INAH 공식 홈페이지>

치첸 이트사는 고전기 후기부터 고전기 말기 초기까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융성했다. 전성기 인구가 3만5000명에 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학자들은 희귀한 전사의 머리 조각상을 고전기 후기 것으로 파악했다.

발굴 관계자는 “마야 문명에서 뱀은 자주 등장하며, 당시 사람들은 뱀을 신으로 숭상했다”며 “뱀을 주제로 한 의상이나 장신구를 걸친 이들은 대부분 지위가 높은 종교의식 참가자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쿠쿨칸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엘 카스티요 신전 <사진=INAH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마야인들은 뱀이 풍요와 부활, 변신, 우주의 소통과 연관됐으며, 전장에 나서는 병사에게 힘을 준다고 믿었다”며 “특히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계는 병사의 머리 조각이 마야의 문화는 물론 뛰어난 세공 능력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발굴 관계자는 “뱀이나 호랑이, 표범을 본뜬 머리 장식 및 투구를 만드는 것은 숙련된 장인만 가능하다”며 “이번 석상은 마야의 장인정신과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주는 유일무이한 예술작품으로, 선명한 날개의 정교한 디자인은 감탄을 자아낸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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