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열수 분출공이 지구 생명의 기원이 되는 유기물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열수 분출공은 지열로 따뜻해진 해수가 분출하는 해저의 굴뚝으로, 그 주변에서는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여러 생명체가 존재해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영국 뉴캐슬대학교 환경학자 그레이엄 퍼비스 교수 연구팀은 28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열수 분출공이 지구 최초의 생명체의 근원이 되는 지방산 등 유기물을 뿜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교수는 "해저의 열수 분출공이 만들어낸 유기물에는 세포막과 같이 생명체 구성 단위가 되는 작은 구획을 만드는 성질이 있다"며 "작게 구분된 공간은 생명의 화학반응을 외부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며, 바다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필수 조건이 된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지구의 지방산이 어디서 왔는지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 유력한 후보는 지열이 달군 물이 분출하는 대지의 균열 열수 분출공"이라며 "수소를 머금은 열수가 뿜어져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바닷물과 섞이고 생명체가 살아갈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열수 분출공. 사진은 마리나아 내구 약 2800m 심해에서 분포하는 열수 분출공이다. <사진=도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같은 생각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을 기획했다. 실제 열수 분출공과 비슷한 상황을 만든 연구팀은 철계 광물이 분포한 곳에서는 수소가 가득한 열수가 이산화탄소가 녹은 물과 섞이면 지방산이 생겼다. 수소와 중탄산염, 자철광을 열수 분출공과 같은 환경에서 혼합하자 탄소 원자 길이가 18개나 되는 지방산 등 다양한 분자가 생성됐다.

그레이엄 교수는 "이번 실험은 수십억 년 전 지구의 열수 분출공에서 이와 비슷한 화학반응이 일어나 세포막으로 이어지는 유기분자를 탄생시켰음을 보여준다"며 "생명 탄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세포 구획으로, 여기서 화학물질이 농축돼 에너지 생산이 촉진되고, 나아가서는 생명 활동과 같은 반응으로 이어져 갔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지구의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다. 광물 표면에 달라붙어 있던 지방산이 과연 어떻게 떠올랐고, 실제로 세포처럼 생긴 구형 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지구 최초의 생명과 연결되는 원세포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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