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냄새를 맡으면 우울증 증상이 경감되고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마다 익숙한 냄새는 과거 기억과 감정을 되살리는 등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피츠버그의과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3일 공개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자서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을 잘 떠올리지 못하며 이것이 증세를 악화시키지만, 저마다 친숙한 냄새가 효과적인 치료약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실험 관계자는 “자서전적 기억은 뇌나 정신 관련 질병 연구와 아주 밀접하다”며 “알츠하이머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가진 사람은 자서전적 기억이 쇠퇴하기 때문에 기억유발 요법을 통해 환자가 기억을 잃는 메커니즘 연구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양념 등 어려서부터 접한 익숙한 냄새가 우울증 환자들이 취약한 자서전적 기억을 되살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나 PTSD는 물론 우울증 환자 역시 자서전적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사람의 기억을 일깨우는 작업과 관련된 뇌 편도체를 중점 연구했다.

실험 관계자는 “정상인의 경우 냄새는 선명하고 사실적으로 과거 기억을 일깨우는데, 이는 후각에 연결된 신호가 신경을 통해 직접 편도체에 전달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편도체의 작동 원리를 이용해 우울증 환자의 기억에 접근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불투명한 유리병에 든 오렌지, 구워서 빻은 커피 원두, 구두약, 감기에 쓰는 연고제 바포럽 등 미국인에게 친숙한 냄새를 피험자들에게 맡게 했다. 이후 뭔가 특정한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자세히 적게 했다.

사람은 물론 동물들의 후각이 감지하는 냄새는 다양한 뇌 영역의 활동과 연관돼 있다. <사진=pixabay>

그 결과 냄새를 맡은 우울증 환자의 기억 상기는 일반인에 비해 훨씬 강했다. 냄새를 맡은 사람은 일반적인 기억보다 특정 사건의 기억을 떠올리는 경향도 확인됐다. 흔히 맡던 냄새에 자극받은 기억은 더욱 선명하고 현장감이 더해진다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실험 관계자는 “따로 지시한 것도 아닌데 피실험자들은 익숙한 냄새를 통해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기억까지 떠올렸다”며 “냄새가 말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우울증 환자의 편도체에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들의 기억력이 냄새에 의해 개선되면 자주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다른 기능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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