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트인의 공동묘지에서 사람과 나란히 묻힌 약 2000년 전 개와 말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망자의 약 10%가 동물과 매장된 점에서 인류의 오랜 반려동물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학계는 평가했다.

스위스 베른대학교 고고학자 지타 라프란치 교수 연구팀은 6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탈리아 베로나의 켈트인 묘지에서 인간의 유골과 함께 나온 동물 뼈들을 소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켈트인은 유럽 인종의 하나로, 개나 말 등 철기시대에 동물을 키우며 삶을 영위했다. 연구팀은 매장지의 연대 측정 결과, 유골은 로마제국이 베로나를 점령하기 전인 약 2000년 전 켈트인의 것들로 추측했다.

약 2000년 전 매장된 개의 유골. 켈트인들과 함께 묻혔다. <사진=PLOS ONE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개나 말의 유골이 온전하게 출토된 점에서 망자와 합장됐다고 결론 내렸다. 라프란치 교수는 "돼지나 닭 등의 뼈도 묘지에서 나왔지만 절단된 상태였다"며 "이는 개나 말과 달리 죽은 이에 바치는 공물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묘지가 발견된 곳은 베로나 세미나리오 베스코빌레로, 기원전 3~1세기에 걸쳐 켈트인들의 장지로 사용됐다"며 "여기 묻힌 161명 중 적어도 16명이 말이나 개와 함께 묻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동물과 매장된 인골에서 채취한 DNA 분석 결과 모두 친족관계는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당시 사람들의 반려동물 문화가 특정 집안의 풍습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웅크린 자세의 말 유골. 켈트인 집단 매장지에서 인골과 함께 나왔다. <사진=PLOS ONE 공식 홈페이지>

라프란치 교수는 "인간과 함께 동물을 땅에 묻은 것은 개나 말을 가족, 동료로 여겼다는 뜻"이라며 "켈트신화 속 여신 에포나는 말과 당나귀의 수호신이고, 치유의 신 시로나는 개와 함께 그려지곤 해 당시 사람들의 애정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교수는 "켈트는 물론 많은 고대 문화권에서 개는 망자의 영혼을 명계로 인도한다고 여겨졌다"며 "켈트인들은 먼저 죽은 가족이나 동료가 저승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개와 함께 매장했다는 의미"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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