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뱀 아나콘다를 대표하는 그린 아나콘다(Green Anaconda, 학명 Eunectes murinus)가 실은 유전적으로 다른 두 종으로 구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거대한 뱀의 대명사 아나콘다는 그린 아나콘다를 비롯해 지구상에 단 네 종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생물학자 브라이언 프라이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관찰 보고서에서 남미에 서식하는 그린 아나콘다는 유전적으로 완전히 다른 두 종으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남미 각지의 그린 아나콘다 혈액 및 조직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미 남부와 북부에 각각 서식하는 그린 아나콘다 사이에서 유전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에 근거해 그린 아나콘다를 북부 그린 아나콘다(Northern Green Anaconda) 및 남부 그린 아나콘다(Southern Green Anaconda)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그린 아나콘다가 유전적으로 5.5% 다른 두 종으로 나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브라이언 교수는 "남북 그린 아나콘다는 유전적으로는 서로 5.5%나 다르다"며 "작은 차이 같지만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격차가 약 2%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린 아나콘다는 아나콘다 류 중에서 가장 크며 일생 대부분을 늪과 습지, 개울, 탁한 물속에서 보내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린 아나콘다의 진화적 분기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는 신체적 특징은 가능한 많이 살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남과 북의 그린 아나콘다가 어떻게 다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지 이해하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조사에서는 각종의 생식기 차이 등 서로 다른 점을 더 관찰할 계획이다.

아나콘다를 대표하는 그린 아나콘다는 최대 12m까지 자란다는 보고도 있다. 상어나 악어와 더불어 호러 영화의 소재로 사용돼 왔다. <사진=영화 '아나콘다'(1997) 스틸>

브라이언 교수는 "많은 뱀은 열쇠와 자물쇠처럼 암수가 서로 꼭 맞는 생식기 구조를 진화시켜 왔다"며 "이 밖에도 남북 그린 아나콘다를 구분하는 신체 특징이 있는지 살펴 이 신비로운 뱀의 미스터리를 풀 것"이라고 말했다.

몸길이 평균 6m, 최대 12m나 되는 개체도 발견되는 그린 아나콘다는 옐로 아나콘다(학명 Eunectes notaeus), 볼리비아 아나콘다(학명 Eunectes beniensis), 검은점 아나콘다(학명 Eunectes deschauenseei)와 더불어 아나콘다 류를 대표한다.

그린 아나콘다를 두 종류로 구분한 연구팀은 나머지 세 종류가 유전학 측면에서 차이가 없어 옐로 아나콘다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학계에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