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궤도를 돌며 크기와 구성이 매우 비슷한 행성이지만, 의외로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금성의 온도는 462℃로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라 착륙선을 보낼 일이 많지 않으며, 궤도 탐사선을 보내도 이산화탄소와 황산 비구름으로 덮인 엄청나게 두꺼운 대기가 표면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성에 대한 정보는 최근 일본의 '아카츠키 궤도선(Akatsuki orbiter)' 이외에는 태양 탐사를 위해 제작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과 같은 기기를 통해 대부분 단편적인 데이터만 얻을 수 있었다.

최근 과학자들이 밝혀낸 것은 금성의 대기 상단에 위치한 전리층(ionosphere)의 비밀이다. 지난해 7월 파커 태양 탐사선은 금성에서 불과 833㎞ 떨어진 거리에서 금성의 전리층을 훑어보다가 이상한 저주파 무선 신호를 감지했다. 당시 파커 탐사선은 태양까지 추진할 속도를 얻고 궤적을 변경하기 위해 금성을 이용하는 중력 보조 기동을 수행 중이었다. 또한 당시에 잡힌 신호는 1992년 이후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금성의 상층 대기를 현장에서 직접 측정한 사례였다.

파커 태양 탐사선이 2020년 찍은 금성의 표면 <사진=NASA 홈페이지>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천문학자 클린 콜린슨은 금성 대기에서 잡힌 신호에서 친숙함을 느끼고, 다음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과거에 다른 행성 임무도 수행했던 콜린슨은 그 신호가 갈릴레오 탐사선이 목성의 위성 전리층을 조사하다가 기록한 신호와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태양 복사가 상층 대기의 원자를 이온화해서 그 결과로 플라스마를 생성, 저주파 무선 방출을 일으키는 현상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사용하여 금성 전리층의 밀도를 계산, 이를 1992년에 수행된 마지막 직접 측정과 비교해 봤다. 놀랍게도 그 결과 목성의 전리층은 1992년보다 훨씬 얇아져 있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이 태양의 주기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은 11년마다 극을 바꿔, 남쪽은 북쪽이 되고 북쪽은 남쪽이 된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자기장이 가장 약할 때 일어난다는 것은 밝혀졌다.

태양의 자기장은 태양 흑점이나 태양 플레어 및 코로나 질량 방출 등을 제어하기 때문에, 극이 뒤바뀌는 단계에서는 태양 활동이 극소화된다. 이를 '흑점극소기(solar minimum)'라고 한다. 이후 극이 전환되면 자기장이 다시 강화되고 태양 활동이 '흑점극대기(solar maximum)'로 상승한 후 다음 극 전환을 위해 다시 가라앉는다.

지구에서 금성을 측정한 결과 금성의 전리층은 흑점극대기에 더 두꺼워지고 흑점극소기에는 얇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직접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2년 측정은 흑점극대기에 가까웠고, 2020년 측정은 흑점극소기에 가까웠다. 둘 다 지구에서 측정한 결과와 일치했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전리층의 상부 경계가 흑점극소기 중 압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낮에서 이온화된 원자가 밤에 옆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 밤의 측면 전리층이 더 얇아진다. 다른 이론은 전리층이 흑점극소기 중에 더 빠른 속도로 우주로 누출된다는 것이다.

콜로라도대학의 천문학자 로빈 람스타드 교수는 "다른 측정이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기 때문에 전리층이 얇아지는 현상은 사실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성 연구는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최근 UCLA의 연구팀은 전파 안테나 등을 사용해 금성의 하루는 243.0226일(지구 일년의 약 2/3)이며, 금성의 무거운 대기로 인해 자전 속도가 최소 20분씩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금성의 자전축은 2.6392° 기울어졌으며(지구는 약 23°), 세차운동(자전축이 끄덕이는 현상)의 순환은 약 2만9000년(지구는 2만6000년)이 걸린다고 발표했다. 금성의 내부에는 지구와 매우 유사한 약 3500㎞의 핵이 있지만, 아직 액체인지 고체인지 추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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