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를 조작한 쥐의 생식기가 다리 2개로 변화해 학계 주목을 받았다. 학자들은 생식기와 다리가 분리되는 메커니즘의 일부가 이번 연구로 규명됐다고 평가했다.

포르투갈 굴벤키안과학연구소는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 실험 중 우연히 다리 6개를 가진 개체를 얻게 됐다. 실험을 주도한 생명공학자 아나스타샤 로조브스카 박사는 “배아 성장과 관련된 수용체 단백질 실험 중 우연히 쥐 생식기가 뒷다리 2개로 변했다”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사지동물의 생식기와 발은 원래 같은 원시 구조에서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조작 실험에서 우연히 탄생한 다리 6개를 가진 쥐 <사진=굴벤키안과학연구소·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 공식 홈페이지>

이어 “우리가 연구한 수용체 단백질은 배아 발달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Tgfbr1”이라며 “이 단백질은 다세포생물 개체 발생에 있어 극히 초기 단계인 배아의 다양한 발달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아직 발생 도중인 생쥐 태아의 유전자를 조작해 Tgfbr1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억제했다. 이후 연구팀은 쥐의 척수 성장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들여다봤다.

아나스타샤 박사는 “어느 날 원래 쥐의 생식기 자리에 뒷다리 두 개가 자라나고 있었다”며 “굉장히 놀라운 일이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수용체 단백질 Tgfbr1의 기능을 정지하자 다리 6개가 된 쥐(B, C). 생식기 대신 뒷다리 2개(분홍색)가 더 생겼다. <사진=굴벤키안과학연구소·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 공식 홈페이지>

그는 “사지동물 대부분은 외성기, 즉 생식기 외부에 나타나는 부분과 뒷다리가 똑같은 원시 구조에서 발달한다”며 “원시 구조 세포 내에서 수용체 단백질 Tgfbr1이 DNA 접힘에 변화를 야기하며, 생식기와 팔다리 중 어느 쪽으로 발달할지 결정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유전자를 조작해 Tgfbr1의 기능이 멈춘 쥐는 다른 유전자 기능이 바뀌고 그에 따라 생식기 대신 불필요한 다리가 생겨났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Tgfbr1 및 그와 유사한 수용체 단백질이 전이성 암이나 면역 같은 또 다른 시스템의 DNA 구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나스타샤 박사는 “이번에 규명된 메커니즘은 일부 파충류가 다리 대신 갖는 반음경(양갈래 생식기)과도 연관됐을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되면 동물의 발달 과정을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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