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작은 은하가 합쳐져 탄생했다고 여겨지는 우리은하에서 과거 합체한 은하의 흔적 2개가 새로 발견됐다. 이들 은하에는 인도의 파괴신이자 3대 신인 시바 및 우주와 창조의 여신 샤크티의 이름이 각각 붙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천문연구소(MPIA)는 최근 낸 관측 보고서에서 합체를 통해 우리은하를 구성한 은하 시바와 샤크티를 소개했다. MPIA는 항성의 위치와 운동 방향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 과거 합체한 은하의 흔적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봤다.

MPIA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우주망원경 및 국제 은하군 관측 프로젝트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의 방대한 관측 정보를 조합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바, 샤크티 은하의 흔적을 찾아냈다. 두 은하는 지금으로부터 약 120억~130억 년 전 우리은하와 합쳐진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와 태양계가 포함된 우리은하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지구가 속한 우리은하는 주변 은하와 비교해 규모가 큰 편"이라며 "우리은하와 같은 대규모 은하는 더 작은 은하가 여럿 결합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라고 전했다.

이어 "합체 전의 은하들은 각각 독자적인 항성이나 수소 가스를 품고 있었다"며 "은하가 합쳐질 때 각 항성들은 서로 뒤섞이고 수소 가스에서 새로운 항성이 탄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은하들의 결합보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혹은 합체 직후 탄생한 항성의 나이에 주목했다. 항성은 포함된 금속의 양이 적을수록 오래된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이런 별의 집단을 특정하면 은하 자체가 오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바(파란색)와 샤크티(노란색)의 항성 분포도(측면)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항성의 나이나 운동 방향을 알 수 있다면 이 별들이 뭉친 은하의 이력을 파악할 수 있다"며 "다만 은하들의 합체로부터 수십억 년이 지나면 항성의 역학적 성질도 부분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은하가 여럿 뭉친 집단의 흔적을 찾으려면 상당히 방대한 항성 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유형의 연구는 2013년 발사된 가이아 우주망원경의 활약으로 가능해졌다. 가이아는 우리은하에 속하는 항성을 지속해서 탐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무려 항성 15억 개의 데이터를 모았다. 가이아의 항성 카탈로그를 분석한 천문학자들은 최소 80억 년 전 합체한 것으로 보이는 은하 가이아 소시지(Gaia Sausage) 및 은하 충돌의 흔적 폰투스(Pontus)를 이미 특정했다.

이번에 MPIA 연구팀은 가이아 및 SDSS의 관측 데이터 중 약 580만 개의 항성 정보를 분석했다. 여기서 하나같이 나이가 오래되고 운동 방향과 속도가 일정한 집단 시바와 샤크티가 특정됐다. 각각 우리은하 중심부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시바와 샤크티는 약 120억~130억 년 전 합체한 우리은하의 흔적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MPIA 연구팀이 재구성한 왜소은하 시바와 샤크티의 항성 분포도(정면). 분홍색이 샤크티, 녹색이 시바의 항성들이다. <사진=MPIA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시바와 샤크티는 아마도 푸어 올드 하트(Poor Old Heart, 우리은하 중심부의 나이 든 항성 집단)와 합쳐진 최초의 은하일 것"이라며 "시바와 샤크티는 각각 최소 5607개, 1719개의 항성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우리은하의 0.001% 정도 질량을 가진 왜소은하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MPIA는 가이아와 SDSS 같은 방대한 항성 데이터를 결합하면 보다 많은 은하를 특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하의 합체 및 형성, 진화의 역사를 보다 자세히 알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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