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의 폐기물일 가능성이 높은 괴물체가 미국 플로리다 민가 지붕을 뚫고 떨어져 논란이 한창이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최근 문제가 되는 우주쓰레기에 대한 우주개발 주체들의 책임 의식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ISS에서 쓰고 버린 배터리로 추측되는 물체는 지난 3월 8일 오후 2시34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네이플스 알레한드로 오테로 씨 가족의 이층집에 떨어졌다. 낙하물은 길이 약 10㎝, 무게 약 0.7㎏의 원통형으로 발견 당시 뚜렷한 정체는 알 수 없었다.

이 물체는 알레한드로 씨 본인이 지난달 중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며 미 항공우주국(NASA)도 인지하게 됐다. 알레한드로 씨에 따르면, 낙하물 때문에 하마터면 2층에 있던 아들이 죽을 뻔했다. 알레한드로 씨는 사고 직후 NASA와 연락할 방법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현재 NASA는 알레한드로 씨로부터 낙하물을 회수해 분석 중이다.

미국의 민가에 떨어져 지붕에 구멍을 낸 낙하물. ISS에서 3년 전 폐기한 배터리로 추측된다. <사진=알레한드로 오테로 페이스북>

알레한드로 씨가 접촉한 우주항공법 전문가들은 집 감시 카메라에 충돌음이 기록된 시각을 토대로 문제의 폐배터리가 지구 대기권에 돌입한 시각을 알아내 출처를 밝힐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NASA도 조만간 낙하물의 정체를 밝힐 전망인데, 만약 ISS에서 투기한 폐배터리가 맞는다면 미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도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떠올랐다.

알레한드로 씨의 의뢰로 낙하물을 검토한 우주항공법 전문가는 "당초 NASA에 따지면 될 일 같지만, 폐배터리는 새것으로 교체된 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HTV' 화물선을 통해 지구로 돌아올 예정으로 확인됐다"며 "일정 지연 등 문제로 ISS에 남았고, 결국 NASA는 2021년 ISS의 로봇팔을 이용해 폐배터리를 우주에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폐배터리가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면 흔적도 없이 다 타버릴 것이라는 예측은 물론 가능하다"면서도 "3년이나 지구 주변을 떠돌던 이 배터리는 대기권에서 거의 불타지 않았고, 예상한 것과 다른 궤도로 지구에 진입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우주쓰레기의 엄청난 위력을 잘 보여준 SF 영화 '그래비티' <사진=영화 '그래비티' 스틸>

NASA에 따르면, 낙하물이 ISS의 폐배터리로 확인되면 알레한드로 씨 가족은 미국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또한 현행 우주항공법에 의거해 배터리를 실어다 폐기한 팔레트의 소유자인 JAXA는 물론, 소유즈 우주선의 고장 때문에 일정 지연을 초래해 배터리의 지구 회수에 지장을 준 러시아우주국(ROSCOSMOS)도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우주쓰레기는 우주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체들을 의미한다. 대부분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나 고장 난 우주선이 지구 저궤도를 돌다 충돌하거나 대기권을 통과할 때 만들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페인트 조각마저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우주선에 구멍을 낼 수 있고, 이번처럼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주개발 주체들의 책임 논란이 계속돼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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