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자바호랑이가 현존할 가능성이 또 제기됐다. 5년 전 발견된 짐승의 피모가 자바호랑이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반둥 국립연구개발청(BRIN)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했다. 자바호랑이는 국제기관에 의해 멸종이 선언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BRIN 연구팀이 분석한 동물의 피모는 2019년 발견됐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던 야생동물 보호 활동가가 서자바 주 농장 근처에서 자바호랑이를 봤다고 BRIN에 알려왔다. 현장을 찾은 연구팀은 동물 발자국과 식물에 난 발톱 자국, 그리고 농장 울타리에 걸린 피모를 파악했다.

자바호랑이의 목격담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2019년 발견된 피모의 DNA 분석 결과 생존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피모의 DNA 분석 결과 명확하게 자바호랑이의 것임이 최근 확인됐다. 연구팀은 농장 울타리에 피모가 걸린 것만으로 자바호랑이의 생존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존할 가능성은 꽤 높다고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피모의 DNA를 채취해 1930년부터 박물관에 보관 중인 자바호랑이의 표본과 비교하니 유전적 정보가 대체로 일치했다"며 "이 연구로 인해 자바호랑이가 야생에 서식한다고 단언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희망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자바호랑이의 흔적을 더 찾기 위해 피모가 발견된 장소를 중심으로 야생동물 감시 카메라를 늘려 증거를 계속 모으고 있다"며 "피모에 관한 더욱 자세한 유전학적 조사 역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자바, 발리섬에 각각 서식하는 고유종 호랑이들은 멸종했거나 심각한 멸종 위기에 몰려 있다. <사진=Aegle Creations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The Last Java Tiger' 캡처>

인도네시아 자바섬에만 서식하던 자바호랑이는 비교적 몸집이 작은 호랑이로 몸의 줄무늬가 가늘고 긴 것이 특징이다. 모피를 이용하기 위한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 및 가축을 지키려는 농가의 독극물 남용, 삼림 파괴, 인간의 생활 범위 확대, 사냥감 감소 등 여러 요인이 겹쳐 개체가 급격하게 줄었다.

자바호랑이는 결국 1984년 사살된 한 마리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 후 이 호랑이의 흔적이 발견돼 몇 차례 조사가 진행됐으나, 실제 산 개체가 발견되지 않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1994년 공식적으로 멸종을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고유종 호랑이는 자바호랑이를 비롯해 발리호랑이와 수마트라호랑이가 있다. 발리호랑이 역시 멸종했으며,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고유종 수마트라호랑이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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