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두꺼운 얼음에 갇힌 조류가 영하 15℃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비결이 확인됐다. 진핵생물로는 최저 온도의 활동 기록이어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16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북극의 얼음 속에 잠자는 것으로 여겨졌던 조류가 실은 영하 15℃의 극한 환경에서 자력으로 움직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북극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알래스카대학교 등이 운용하는 극지 탐사선 시쿨리아크를 이용한 북극 탐사에서 이 특이한 조류를 발견했다. 얼음 속에 갇힌 조류가 자력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연구팀은 얼음을 깨고 채취에 나섰다.
조사를 이끈 마누 프라카슈 부교수는 "이번에 확인된 조류는 담수와 해수에 널리 서식하는 단세포 그룹 규조의 일종"이라며 "규조는 세포가 규산(유리의 주성분) 피질로 덮였는데, 지금까지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데다 극단적인 저온 환경에서는 활동을 멈추고 휴면하는 것으로 생각됐다"고 전했다.
이어 "영하 15℃의 혹한에 노출된 규조는 아무렇지 않게 스케이트를 타듯 얼음 속을 매끄럽게 이동했다"며 "이는 진핵세포 가운데서 운동이 확인된 가장 낮은 온도"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규조가 얼음 속을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두꺼운 얼음층을 실험실에 재현하고 내부에 아주 가는 통로를 만든 뒤 특수 현미경으로 규조를 관찰했다. 규조는 특이한 점액을 분비했고, 이를 얼음 표면에 부착한 뒤 로프처럼 당겨 앞으로 이동했다.
마누 프라카슈 부교수는 "규조의 점액은 근육의 구성이나 수축·이완에 관여하는 단백질 액틴 및 미오신과 비슷한 기능을 했다"며 "북극의 얼음 속에서 생물이 자력으로 움직이는 비결은 이 특수한 점액"이라고 설명했다.
부교수는 "점액의 움직임이나 진행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형광 겔을 이용한 결과, 점액이 어떻게 분비되고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는지 시각적 확인이 가능했다"며 "규조가 이렇게 세련된 움직임을 보여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규조가 얼음 속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조의 활동이 얼음 내부의 영양분이나 유기물의 운반에 관여하며, 분비하는 점액이 얼음 결정의 핵이 돼 얼음 형성 자체에 관여할 가능성을 연구팀은 제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