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거센 모래바람 속에서 튀는 불꽃이 탐사 로버에 의해 관측됐다. 화성에서는 최초의 전기 방전 사례여서 많은 관심이 모였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팀은 지난달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잡아낸 전기 방전 현상을 소개했다.

2021년 2월부터 화성의 가혹한 환경에서 묵묵히 조사를 이어온 퍼서비어런스는 최근 붉은 대지를 소용돌이 모양으로 이동하는 더스트 데블의 중심부에서 ‘탁탁탁’ 하는 강력한 신호음을 포착했다.

화성의 더스트 데블에서 일어난 전기 방전을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포착했다. <사진=CNRS 공식 홈페이지>

이 데이터에 의문을 가진 연구팀은 정밀 분석을 통해 정전기에 의해 발생한 전기 방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화성에서 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가설은 진작에 세워졌지만 실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NRS 밥티스트 차이드 연구원은 “퍼서비어런스가 소리를 포착한 더스트 데블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발생하는 돌풍으로, 지표 부근의 먼지를 대기 중으로 휘감아 올리기 때문에 진선풍이라고도 한다”며 “화성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 기상현상이 실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발전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람 속에서 전기가 생기는 것은 미세한 먼지나 모래 입자끼리 마찰하기 때문”이라며 “바람에 흩날리는 입자들이 여러 번 스치면 전자를 띠며 대전하고, 쌓인 전기가 한계를 넘어서면 수 ㎝ 길이의 전기 아크가 방출된다”고 덧붙였다.

NASA의 화성 탐사 위성(MRO)이 잡은 거대한 더스트 데블 <사진=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공식 홈페이지>

전기 아크는 전기가 공기 중을 흐를 때 강한 빛을 내는 현상이다. 화성의 모래폭풍으로 인한 전기 방전으로 ‘탁탁’ 충격파가 발생했고, 이를 마침 퍼서비어런스가 관측하면서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졌다.

밥티스트 연구원은 “건조한 겨울날 문고리에 손이 닿으면 정전기가 발생하는데, 화성의 더스트 데빌 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며 “지구의 사막에서도 날아오른 모래 먼지가 대전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화성은 대기가 희박하고 주성분이 이산화탄소라 지구보다 훨씬 적은 전하량만으로 전기 방전이 발생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화성에서는 가끔 바이오 시그니처(생명 활동의 흔적)인 메탄가스가 검출되는데 놀라운 속도로 소실되기 때문에 논란이 돼 왔다”며 “전기 방전으로 인한 강력한 산화 작용이 메탄을 급속히 분해해 없앴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퍼서비어런스가 2023년 8월 30일 촬영한 화성의 회오리바람. 화면에 보이는 것만 약 100m, 전체 높이 약 2㎞ 규모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화성은 지구보다 훨씬 방전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임을 새삼 알게 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기 방전으로 생명의 흔적이 지워졌을 가능성이 있고, 향후 이뤄질 유인 탐사에서 중대한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책을 마련할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다.

학계도 이번 성과로 화성의 대기 화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점쳤다. 화성의 대기가 생각보다 자주 대전하며, 강력한 산화 작용을 가진 화합물을 생성하기 충분한 에너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향후 탐사 방법이 적잖게 변화할 것으로 학자들은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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