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개구리가 수차례 침을 쏘며 저항하는 말벌을 포식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카메라에 잡혔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킬 정도의 강력한 독침을 가진 말벌을 참개구리가 사냥한다는 사실은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고베대학교 스기우라 신지 박사 연구팀은 4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조사 보고서에서 참개구리가 말벌의 침에 공격을 당하면서도 꿀꺽 삼켜버리는 실험 과정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말벌류 중 가장 독이 강하고 몸집이 크며 포악한 장수말벌을 비롯해 털보말벌, 좀말벌을 이용해 실험에 나섰다. 체중이나 체격이 서로 다른 참개구리 45마리를 포획한 뒤 세 종류의 말벌을 각 15마씩 나눠 급여하고 포식 성공 여부를 관찰했다.
말벌은 모두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에서 급여됐다. 그 결과 참개구리 대부분이 말벌의 종과 관련 없이 거침없이 덤벼들어 높은 성공률로 포식에 성공했다. 말벌 종류에 따른 세부적인 포식 성공률은 다음과 같다.
-광대말벌 : 13/14마리(93%)
-좀말벌 : 13/15마리(87%)
-장수말벌 : 11/14마리(79%)
스기우라 신지 박사는 “실험에 투입된 말벌은 모두 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성이 높은 것들로, 일반적으로 쉽게 손을 댈 상대가 아니다”며 “예상과 달리 참개구리는 체격에 관계없이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게 말벌들을 잡아먹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참개구리는 말벌을 인식하는 순간 달려들어 그대로 머리부터 통째로 삼켜버렸다”며 “입속에 들어간 말벌이 독침을 수차례 찔러도 참개구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험 영상을 보면, 장수말벌이 죽기 살기로 날뛰면서 참개구리에 독침을 꽂았지만 개구리는 포식을 이어갔다. 개구리 입 안쪽에서 찌른 독침이 피부를 뚫고 밖으로 나왔지만 끝내 말벌은 참개구리 뱃속으로 넘어갔다.
스기우라 박사는 “이번 실험에서 참개구리 대부분이 독침의 공격을 받았지만 이후 쇠약해지거나 죽은 개체는 하나도 없었다”며 “말벌의 독침은 꿀벌과 달리 여러 번 공격하는 것이 가능한데, 많게는 10번 넘게 독침에 찔린 참개구리가 멀쩡한 것은 의외”라고 언급했다.
박사는 “참개구리는 말벌에 특화한 회피행동이 가능한 듯하다”며 “참개구리와 같은 크기, 심지어 몸집이 더 큰 쥐도 말벌에 한 번 쏘이면 죽는 점에서 참개구리는 말벌 독에 대한 내성까지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벌 독은 칵테일에 비유할 정도로 다양한 성분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 신경독과 히스타민은 물론, 아나필락시스 쇼크의 원인이 되는 펩타이드가 포함돼 혈관을 통해 온몸에 퍼지면 용혈이 발생하거나 조직이 파괴된다. 심하면 심장 기능 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자연계에서도 말벌을 사냥하는 동물은 맹금류나 큰사마귀, 거미 등 강력한 포식자에 한정됐다. 개구리 중에서는 황소개구리나 두꺼비 등 덩치가 큰 개구리목이 말벌을 잡아먹는다. 이번 성과는 참개구리 사체의 위장에서 우연히 말벌을 발견한 연구팀이 실험을 기획하면서 거둘 수 있었다.
스기우라 박사는 “성체가 최대 10㎝까지 자라는 참개구리는 개구리 중에서 큰 편”이라며 “황소개구리나 두꺼비도 덩치가 큰 점에서 다른 대형 개구리목 생물도 말벌 독에 내성이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