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뗏목처럼 만들어 물에 뜬 독사의 놀라운 생존 전략에 학자들이 주목했다.

호주의 야생동물전문가 개빈 스미스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달 캔버라 모처의 가정집에서 독사를 구제한 사연을 공개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집 야외 물탱크에 뱀이 있다는 가정주부의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은 개빈 스미스는 커다란 물탱크 뚜껑을 열자마자 처음 보는 광경과 마주했다.

허우적대며 체력을 소모하는 대신, 몸을 칭칭 감아 뗏목처럼 만들어 둥둥 뜬 왕갈색뱀. 구조 후 숲에 방사됐다. <사진=ACT Snake Removals 공식 페이스북>

ACT Snake Removals이라는 뱀 구제업체 대표이기도 한 그는 “물리면 사람도 위험한 독사 왕갈색뱀(Brown snake)이 혀를 날름거리며 저를 올려다보더라”며 “뗏목처럼 몸을 엮어 물에 둥둥 뜬 뱀은 난생 처음”이라고 전했다.

코브라과 독사인 왕갈색뱀은 물에 빠지면 죽는다. 뱀은 대부분의 종이 수영에 능하지만 완수생 물뱀이 아니라면 물에서 체력이 다할 경우 그대로 익사한다.

뱀의 생태를 잘 아는 개빈 스미스 역시 신고를 받고 이동하는 동안 뱀이 이미 물에 빠져 죽었으리라 여겼다. 그간 현장에서 본 뱀 대부분이 물에서 나오려 버둥대다 체력을 소모해 죽었기 때문이다.

뱀은 기본적으로 수영의 명수지만 완수생 물뱀이 아니면 물에서 살 수 없다. <사진=pixabay>

물에 빠진 뱀이 몸을 뗏목처럼 만들고 시간을 벌어 생존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호주에서는 전에도 왕갈색뱀이 몸을 뗏목처럼 얽어 둥둥 뜬 채 구조된 경우가 보고됐다.

개빈 스미스는 “뱀을 비롯한 파충류는 지능이 높지 않지만, 왕갈색뱀 같이 뇌가 큰 일부 독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먹잇감을 유인하는 전략도 세운다”며 “왕갈색뱀의 이런 생존법은 오랜 세월 진화하는 과정에서 체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호주 전역에 서식하는 왕갈색뱀은 현지인에게 아주 익숙한 독사로 뱀물림 사고를 많이 야기한다. 2005~2015년 10년간 호주에서 발생한 뱀물림 사고의 무려 41%가 왕갈색뱀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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