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의 장내세균 일부가 암을 치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확인돼 많은 관심이 모였다.

일본 호쿠리쿠선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JAIST) 연구팀은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10일 발간된 국제 학술지 Gut Microbes에 먼저 소개됐다.

암 치료를 위한 연구는 다양한데, 상어처럼 암에 내성이 있는 생물의 집중 조사가 다년간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연구 범위가 양서류나 파충류 같은 생명력이 강한 생물로 확장됐는데, 연구팀은 청개구리의 장내세균총(마이크로바이옴)에 포함된 유잉겔라 아메리카나(Ewingella americana)의 항암 효과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청개구리의 장내세균 일부가 탁월한 암 치료 효과를 발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JAIST 이와타 세이고 교수는 "유잉겔라 아메리카나는 대장균 등과 같은 장내세균과에 속하는 그람 음성균의 일종으로 흙이나 물, 작은 동물의 장내에 서식한다"며 "기본적으로는 혐기성으로 산소가 적은 곳에서 훨씬 활발한 성질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양의 내부는 산소가 부족해 많은 항암제가 치료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이를 고려한 고압산소치료도 한계가 있다"며 "항암제와 반대로 저산소 환경을 좋아하는 세균은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유잉겔라 아메리카나는 탁월한 암세포 파괴 능력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암에 걸린 쥐에 유잉겔라 아메리카나를 주사하자 산소가 결핍된 종양 내부에서 세균 수가 3000배나 불어났다. 이 성질로 인해 건강한 조직에 부작용을 피하면서 종양만을 표적으로 삼아 집중적인 공격이 가능했다.

유잉겔라 아메리카나를 주입한 쥐의 암 치료 효과는 기존 화학요법과 면역관문억제제 요법을 모두 뛰어넘었다. <사진=JAIST 공식 홈페이지>

쥐의 정맥에 주사된 유잉겔라 아메리카나는 혈액에 유입된 뒤 심장의 펌프질에 의해 모든 장기로 운반됐다. 간과 폐 같은 건강한 장기는 산소가 매우 풍부한 관계로 24시간 내에 세균이 자취를 감췄지만, 저산소 환경인 종양에는 쉽게 정착했고 폭발적으로 증식했다.

이와타 교수는 "일단 종양에 자리를 잡은 유잉겔라 아메리카나는 두 가지 경로로 치료에 기여했다"며 "하나는 세균 자신의 대사활동이나 분비물에 의해 종양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면역체계에 대한 분명한 압박"이라고 언급했다.

통상 종양은 면역세포를 피해 숨는 성질이 있는데, 이 세균이 종양 내에서 활동함으로써 면역체계에 이상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 그 결과 쥐 체내의 면역세포가 종양을 인식하고 일제히 공격했다. 이런 직접적 공격과 함께 면역 활성화라는 두 단계 치료 효과가 발휘돼 실험 쥐의 종양이 치료됐다.

암에 내성이 있는 생물에 집중하는 항암 연구가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pixabay>

유잉겔라 아메리카나의 효과는 현재 사용되는 표준 화학요법 및 면역관문억제제보다 나은 효과를 보여줬다. 연구팀에 따르면, 화학요법을 받은 쥐의 종양은 성장이 일시적으로 느려졌지만 소멸하지는 않았다.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한 그룹도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개체는 20%에 그쳤다. 유잉겔라 아메리카나가 투여된 쥐는 모든 개체에서 종양이 사라졌다.

이와타 교수는 "종양이 치료된 뒤 30일 후 같은 종양세포를 이식한 쥐는 종양이 더 성장하지 않았다"며 "이는 세균에 의한 자극을 받으면서 면역세포가 그 종양의 특징을 기억하는 면역 기억이 형성됐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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