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꾼의 손을 겨우 벗어난 천산갑이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검사까지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천산갑이 MRI를 촬영하는 사진은 대번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 림포포주의 우모야 쿨룰라 야생동물 보호센터(Umoya Khulula Wildlife Centre)는 2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올가을 밀렵꾼으로부터 구조한 암컷 천산갑이 무사히 건강을 회복, 야생 복귀를 앞뒀다고 전했다.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은 세계에서 가장 밀렵 피해를 많이 보는 포유류다. 센터는 지난 9월 24일 구조한 천산갑에 대해 각종 검진을 실시했고, 특히 야생동물로서는 전례가 거의 없는 MRI 검사를 진행했다.
센터 관계자는 “이 천산갑은 보호된 후에도 원인불명의 증상에 시달려 고민 끝에 MRI를 동원했다”며 “이 과정에서 척수에 심한 감염증이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센터 전문가들의 치료를 받은 천산갑은 이달 다시 MRI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완치 판정이 내려졌다. 현재 천산갑은 야생으로 돌아갈 날을 염두에 두고 적응 훈련 중이다.
구조된 날이 마침 남아공의 명절 헤리티지 데이인 관계로 센터 사람들은 천산갑에 헤리티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남아공은 국제적인 천산갑 밀매의 중계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보호시설에는 잇달아 밀렵꾼에게서 압수한 개체가 전달된다.
센터 관계자는 “밀렵꾼들은 헤리티지에 약 2주간 먹이와 물을 주지 않고 감금했다”며 “심하게 쇠약해진 헤리티지를 자루에 담아 구매자에게 인도하려는 찰나 구조했다. 건강 상태가 바로 죽어도 이상할 것 없을 만큼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된 뒤에도 헤리티지는 계속 아팠다. X선 및 CT 검사를 반복했지만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며 “MRI 검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야생동물에 부담이 되지만, 헤리티지를 살리기 위해 큰 결심을 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MRI 검사 시에는 전신마취가 동반된다. MRI는 검사통 안에서 큰 소음을 견뎌야 하는데, 사람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지만 동물은 불안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마취가 불가피하다.
온몸을 덮는 단단한 비늘이 특징인 천산갑은 흰개미를 주식으로 하며, 위험을 느끼면 몸을 웅크리고 습성이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 등에서는 비늘이 암과 천식에 특효라는 소문이 나 있다. 일부는 가죽으로 부츠나 가방 등 액세서리를 제조한다. 현재 세계에는 8종의 천산갑이 존재하는데, 모두 멸종위기에 몰려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