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은 지질학적으로 죽은 행성이 아니며, 지표면에 뚜렷한 지질 활동의 흔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하의 휘발성 물질이 가스로 분출돼 현재도 형상이 계속 변화한다는 주장에 시선이 모였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제 천문학 연구팀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도 소개됐다.

학자들은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 수성이 그간 활동하지 않는 죽은 행성이라고 여겼다. 태양에 가장 가깝고 표면에 달처럼 무수한 분화구가 존재하는 수성은 한때 화산이 분출했지만 대략 35억 년 전 모든 지질 활동이 멎었다고 학자들은 봤다.

메신저 탐사선이 촬영한 수성 사진의 일부. 연구팀은 10만 장에 달하는 수성 이미지를 AI로 분석, 지금껏 미확인 상태인 선형 무늬 402개를 특정했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이탈리아 국립천문학연구소(INAF) 베르가라 사사리니 연구원은 “지구와 달리 큰 외피가 핵을 감싸는 수성은 냉각된 뒤 전체적으로 수축됐다고 여겨졌다”며 “이런 쪼그라짐이 모든 화산 활동을 봉쇄하면서 용암이 표면에 도달하지 못하게 됐다는 게 거의 정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탈리아 파도바 천문대와 우주 탐사선의 관측 정보를 이용해 수성 지표면의 밝은 선형 무늬(lineae) 약 400개를 잡아냈다”며 “화성 등 여러 행성에서 관찰되는 이런 선형 무늬는 과거 지각활동의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수성 탐사선 메신저(MESSENGER)와 파도바 천문대의 수성 이미지 약 10만 장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선형 무늬 402개를 특정했다. 다양한 경사면에 자리한 빛나는 선형 무늬를 들여다본 결과, 지하에서 가스가 방출되는 흔적이 파악됐다.

수성 지표면의 선형 구조 일부 <사진=INAF 공식 홈페이지>

베르가라 연구원은 “이들 선은 주로 태양을 향한 경사면의 화산 분화구에 집중됐는데, 이는 태양 복사가 선의 형성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라며 “이전 충돌로 생긴 암석의 균열을 통해 행성 내부에서 유황 등 휘발성 물질이 가스처럼 방출되는 아웃가싱(outgassing)이 일어난 듯하다”고 추측했다.

연구원은 “이는 수성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라며 “일본과 유럽의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가 처음으로 활동 증거를 찾아낸 것처럼, 이번 성과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자평했다.

유럽우주국(ESA)의 베피콜롬보 프로젝트의 주요 구성원이기도 했던 INAF는 고도 약 1000㎞ 수성 궤도에서 지형과 대기 성분을 정밀 탐사할 최신형 관측 장비를 제작 중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수성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보다 확실한 증거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