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이 3세기 영국에 건설한 하드리아누스 방벽에서 나온 여성 테라코타 두상에 시선이 모였다. 후대에 만들어진 여성 두상과 상당히 닮아 어떤 인물을 묘사했는지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영국 그레이트 노스 핸콕 박물관은 11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2021년부터 5년째 진행 중인 하드리아누스 방벽 발굴 과정에서 나온 여성 테라코타 두상을 소개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유물은 방벽 북쪽 끝에서 출토됐다. 주황색 점토상은 어떤 여성의 얼굴을 묘사했는데, 코 아래가 파손돼 입과 턱은 없다"며 "얼굴 윤곽이 고르지 않고 눈 위치도 다르며 귀 모양도 정교하지 않았다. 마감도 상당히 거칠다"고 전했다.

하드리아누스 방벽에서 나온 의문의 여성 두상 <그레이트 노스 핸콕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이어 "높이 약 78㎜, 폭 약 67㎜의 여성 두상은 숙련된 장인이 아니라 수련생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두상의 기본인 대칭성부터 좋지 않은 점에서 연습 삼아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학계는 흙을 구워 다양한 공예품을 만드는 테라코타 기술이 이곳에서 어떻게 싹터 발달해 갔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두상이 같은 곳에서 나온 한참 후대의 다른 여성 두상과 상당히 닮은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브리튼 섬에서 발굴된 19세기 테라코타 여성 두상은 이번 유물과 얼굴형은 물론 헤어 스타일, 표정이 흡사하다. 고고학자들은 이들 두상이 동일한 인물을 묘사했다고 봤다.

19세기에 발굴된 여성 테라코타 두상(오른쪽)과 비교 이미지 <그레이트 노스 핸콕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박물관 관계자는 "현지 장인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특정 인물을 모델 삼아 형태를 본떴을 가능성이 있다"며 "여성 테라코타 두상이나 흉상은 로마제국의 여러 지방에서 봉헌물로 사용됐다. 로마인 대부분이 신전, 사원, 혹은 집의 특정 공간에 작은 조각상을 배치하고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변경의 요새에서 같은 여성 두상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은 주둔하던 로마군이나 그 가족, 혹은 상인들이 깊이 의지했다는 이야기"라며 "테라코타 두상의 모델이 신화 속 여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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