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의 지하에 대규모 용암 동굴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금성 탐사선 자료를 재분석한 조사에서 용암 동굴의 직경은 최대 1㎞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이달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금성 탐사선 마젤란(Magellan)이 축적한 데이터를 최신 기술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닉스 몬스(Nyx Mons) 화산지대 밑에 퍼진 지하 공동의 구조를 파악했다. 연구팀은 지하에 길이 45㎞가 넘는 용암 동굴이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트렌토대 천체물리학자 엘레나 다이애나 연구원은 "금성은 내부 구조가 지구와 매우 유사한 암석행성이지만 그 환경은 매우 혹독해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와 황산 구름으로 덮여 있다"며 "이 거대한 공동은 금성의 화산 활동 가설을 뒤집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행성 탐사에 있어 중요한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금성은 지표면 온도가 460℃에 달한다. 수억 년 전 발생한 대규모 화산 분화로 인한 용암이 지표면을 두껍게 뒤덮은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도 화산 활동이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된 금성은 지구와 같은 판구조론의 증거는 명확하지 않고 지질학적 정보도 미스터리다.
사실 금성의 지하에 거대한 동굴이 존재한다는 설은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다.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의 표면이 식어 굳은 뒤, 내부의 액체 부분이 지하로 흡수되면 거대한 공동이 남게 된다.
연구팀은 두꺼운 구름에 가려 직접 관찰할 수 없는 금성의 지하 구조를 최신 레이더 기술로 들여다봤다. 그렇다고 해도 지하 깊숙한 동굴까지는 직접 찾기 어렵고, 유일한 힌트로 지표에 난 구멍을 살폈다. 이는 지하의 빈 공간 일부가 붕괴해 생긴 것으로, 연구팀은 1990~1992년 사이 마젤란의 데이터를 재조사했다.
엘레나 연구원은 "마젤란에 탑재된 합성 개구 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SAR)는 구름을 뚫고 지표면 형상을 정밀하게 비출 수 있는 특수 장치"라며 "최신 이미지 처리 기술을 활용해 마젤란이 30년 전에 얻은 방대한 SAR 영상을 재분석, 지표면의 미세한 붕괴 징후를 사막 속에서 바늘을 찾듯 식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된 빈 공간은 직경이 약 1㎞, 천장 두께는 최소 150m 이상으로, 화성에서 예측된 공동의 규모를 넘어 달에서 발견된 최대급 지하 동굴과 비슷하다"며 "향후 금성 탐사가 이뤄진다면 사람이나 장비를 혹독한 우주방사선 등으로부터 지켜줄 안전한 시설이 되기도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금성 지하에 대규모 용암 동굴이 있다는 선행연구는 더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지난해 9월 열린 국제 학술제 유로플래닛 사이언스 콩그레스(EPSC 2025)에서 금성 화산지대에 점재하는 구멍이나 경사면을 따른 지형이 용암 동굴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