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든 인공물 중 최초로 달 표면에 닿은 루나(Luna) 9호의 위치가 60년 만에 특정됐다. 소련의 우주개발 기술이 집약된 루나 9호는 1960년대 달에 안착했지만 배터리가 소진되면서 지구와 교신이 끊어졌다.
영국 연구팀은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천문학술지 npj Space Exploration 1월호에 먼저 실렸다.
지름 약 58㎝, 무게 약 99㎏의 루나 9호는 1966년 1월 31일 발사돼 4일 후인 2월 3일 달에 착륙한 무인 탐사선이다. 미국과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소련에 있어 루나 9호는 스푸트니크만큼 자긍심의 상징이 됐다. 기체 배터리가 다 떨어진 루나 9호는 달 표면에서 행방불명됐고, 모선과 착륙선을 결합한 형태의 모형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연구팀은 60년간 행방이 묘연한 루나 9호를 찾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정찰 위성(lunar reconnaissance orbiter, LRO)이 촬영한 영상들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했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루이스 피놀트 연구원은 "1960년대 학자들은 달 표면이 온통 암석 부스러기로 뒤덮여 착륙한 물체가 푹 빠질 것으로 여겼다"며 "달 표면의 정체를 밝힐 목적으로 제작된 루나 9호는 불필요한 부분을 극한까지 없앤 설계를 채택해 태양전지 대신 가벼운 축전지를 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달 지표면 5m에서 모선에서 분리된 탐사선은 에어백을 전개하고 착지했다"며 "루나 9호는 약 4분 뒤 패널 4개를 꽃잎처럼 펼치고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다. 비로소 인류는 달 표면이 사람이 걷고 차가 다닐 만큼 단단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루나 9호의 작동 시간은 축전지만 탑재한 탓에 약 75시간에 불과했다. 예정된 임무를 모두 마친 루나 9호는 통신을 끊고 달 표면의 고요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소련 학자들은 루나 9호의 착륙 좌표를 공개했지만 실제 위치를 파악하지는 못했다. 지름이 60㎝도 안 되는 탐사선과 모선의 잔해를 달에서 찾기는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연구팀은 LRO가 15년 동안 촬영한 해상도 0.25m의 고정밀 달 표면 이미지를 인공물 특징 추출에 특화된 최신 AI YOLO-ETA로 분석했다. AI는 루나 9호 착륙선의 형태와 그림자 패턴을 학습해 달 표면의 복잡한 지형 속에서 인간이 만든 인공물을 탐색했고, 유력한 후보지를 찾아냈다.
루이스 피놀트 연구원은 "AI가 가리킨 위치는 북위 7.03°, 동경 -64.33° 부근"이라며 "이 지점에는 루나 9호의 모선과 분리된 착륙선과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미션 절차에 맞게 분리돼 흩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매우 유력한 후보지를 특정한 단계에 불과하며, 루나 9호가 잠든 장소를 100% 파악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향후 위성을 이용한 재촬영을 진행하면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수준에서 최종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