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시대 중부 유럽 사람들은 남녀의 역할을 지금처럼 구분했지만 그 경계는 의외로 유연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는 신석기시대 중부 유럽의 남녀 역할을 들여다본 조사 보고서를 이달 16일 자 생물학저널 American Journal of Biological Anthropology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헝가리에 자리한 두 신석기시대 유적 페렌시 하트(기원전 5300~5000년) 및 초츠 할롬(기원전 4800~4600년)에서 발굴한 성인 유골 125구를 분석해 노동과 일상생활, 매장풍습의 성별 차이를 확인했다.
CNRS 알렉산드라 앤더스 연구원은 "척추분리증에 따른 골격 변화, 팔에 반복적인 부담을 주면 생기는 상완골 건염, 습관적으로 무릎을 꿇을 때 나타나는 관절염 등 노동과 관련된 질병을 상세히 기록했다"며 "한편에서는 매장된 시신의 자세나 함께 묻힌 부장품, 무덤의 형태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페렌시 하트 유적의 경우 매장 방식은 남녀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고, 전반적인 노동량 역시 성별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지역의 남성과 여성 모두 육체적으로 고된 삶을 살았음이 엿보였는데, 각 집단 내의 노동 형태 역시 남녀 구분이 없었다.
초츠 할롬 유적은 상황이 달랐다. 매장할 때 여성은 왼쪽으로, 남성은 오른쪽으로 눕혀 성별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남성 매장지에서는 연마된 석기가 자주 나왔는데, 이는 여성보다 훨씬 고된 일을 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알렉산드라 연구원은 "두 유적 모두 남성 유골은 오른팔을 과도하게 사용한 흔적이 나타났다. 매일 사용하는 팔에 나타난 병변은 돌과 나무를 다룬 고되고 반복적인 작업과 연관됐을 것"이라며 "선사시대 유럽 전역에서 확인되는 이런 현상은 남성 활동의 공통적인 경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페렌시 하트 유적은 남녀 성 역할이 구분되기는 했지만 고정되지 않고 상당히 유연하다"며 "남자가 많이 일하고 대접을 더 받았던 신석기시대 유럽의 사회상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조사한 표본의 규모가 작아 일반화는 무리가 있으나, 신석기시대 유럽 사회의 노동, 사회적 지위에 걸친 성별 차이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을 가능성을 점쳤다. 과거에도 성별은 노동과 의례에 영향을 미쳤지만, 공동체별로 개인적 다양성을 허용한 것 같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