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동굴에 잠든 미지의 세균이 현대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관심이 집중됐다. 세균이 출현한 시기는 항생제가 개발되기 훨씬 전인 대략 5000년 전으로 파악됐다.
루마니아과학원(Academia Romana) 생물학 연구팀은 이달 17일 자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Microbiology를 통해 얼음 동굴에 잠든 미스터리한 세균을 소개했다.
동굴 내부의 5000년 전 얼음층에서 채취한 이 세균은 지금껏 보고되지 않은 신종으로, 사이크로박터 SC65A.3(Psychrobacter SC65A.3)로 명명됐다. 이 고대 세균은 현대의 항생제에 대해 높은 내성을 보여 연구팀을 놀라게 했다.
조사 관계자는 “28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해 감수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결핵이나 요로감염증 치료에 사용되는 리팜핀과 반코마이신 같은 중요 약에 내성을 보였다”며 “주된 원인으로는 자연환경 하에서 세균(미생물) 간의 생존 경쟁을 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세균은 원래 다른 세균이 생성하는 항균 물질에 대한 방어 능력을 독자적으로 진화해 왔다”며 “신종 세균이 생존을 위해 터득한 항균 활성과 내성 유전자는 현대 약제 내성균에 대한 새로운 치료약 개발로 연결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세균은 오래된 얼음층은 물론 온천 분출구, 화산지대까지 지구상의 모든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고 있다. 특히 얼음에 갇힌 동굴은 그 자체가 과거의 세균 생활상과 유전적 다양성을 간직한 거대한 샘플이다.
세균이 나온 동굴은 루마니아 북서부 알바주에 자리한 일명 그레이트 홀로, 깊이 25m에 달하는 얼음 구덩이다. 여기에는 최장 1만3000년 전의 생명체 기록이 보존돼 고생물 연구가 활발하다.
조사 관계자는 “사이크로박터속은 남극 등 혹독한 한랭지역에도 생존하는 저온균의 일종”이라며 “인간이 약을 발명하기 훨씬 전부터 세균들은 화학물질을 사용해 생존 경쟁을 벌였고,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구를 약제 개발 이전에 획득했다는 가설이 입증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기후변화로 전 세계의 얼음이 녹고 있어, 이러한 고대 세균이 자연계에 방출될 위험성은 충분하다”며 “얼음에서 녹아 나온 미지의 내성 유전자가 현대의 세균으로 이동(수평 전파)하면, 약이 듣지 않는 슈퍼 세균이 번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 위험한 약제 내성균이 신약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한 해만 약 127만 명이 약제 내성과 관련해 목숨을 잃었다.
조사 관계자는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한 상황에 사이크로박터 SC65A.3 같은 특정 약제 내성균이 가진 항균 활성 능력이 필요하다”며 “세균의 게놈 해독 결과,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기 위한 유전자 11개가 확인됐고,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도 약 600개 파악돼 새 항생물질의 재료가 될 가능성이 얼마든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