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설을 주장한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쓴 메모가 우연히 발견됐다. 천동설의 모순을 바로잡아 지동설에 이르게 된 역사적 기록에는 위대한 학자의 고뇌와 신앙심도 고스란히 담겨 관심이 모였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교 역사학자 이반 말라라 박사 연구팀은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성과를 정리해 국제 학술지 Journal for the History of Astronomy에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알마게스트를 조사하던 중 갈릴레오가 덧붙인 메모를 확인했다. 해당 메모는 갈릴레오가 고대 천동설을 깊이 연구하고, 그 모순을 수학적으로 밝혀내는 과정과 지동설에 대한 깊은 확신을 모두 담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반 말라라 박사는 “알마게스트는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가 천동설을 기본으로 작성한 천문학 서적”이라며 “천동설의 바이블로 통하는 알마게스트에 갈릴레오의 메모가 남은 것은 그가 동시대 학자들과 달리 객관적 시각으로 우주를 연구했다는 증거”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메모는 갈릴레오가 기존 이론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우주의 구조에 도달하기까지 경위를 뒷받침한다”며 “알마게스트가 편찬된 시절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행성이 돈다는 천동설과 원운동에 근거한 천체 운행이 정설로 통한 것을 감안하면 갈릴레오의 연구는 상당히 중립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알마게스트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서기 150년 경에 펴낸 이래 서양에서는 1400년이나 천문학의 절대적 교과서로 통했다.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파악된 메모에는 구약성서 시편 145편도 들어갔다. 필적은 다름 아닌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갈릴레오의 것과 일치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메모가 작성된 시기는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달과 목성을 관측하기 약 20년 전인 1590년 무렵이다. 갈릴레오는 17세기 초 직접 만든 망원경을 사용한 천체 관측을 통해 당시 주류였던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잇따라 발견했다.
이반 말라라 박사는 “오직 정확한 숫자를 추구한 갈릴레오는 처음부터 천동설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메모는 갈릴레오가 알마게스트에 기록된 복잡한 계산을 일일이 확인하고, 각 수치가 실제 별의 움직임과 일치하지 않는 데 의문을 품어 가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박사는 “갈릴레오가 천동설의 모순을 확신하고 지동설로 전환한 것은 천동설 이론을 수학적으로 깊이 분석한 결과라고 생각된다”며 “메모를 보면, 갈릴레오는 알마게스트 속 계산의 구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태양을 우주의 중심에 두는 시스템이 수학적으로 올바르고 모순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추측했다.
메모 속 시편 145편의 경우, 갈릴레오가 연구할 때마다 진실을 알게 해달라고 신에 기도한 흔적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시편 145편은 신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시로, 갈릴레오가 연구와 신앙을 모순된 것으로 여기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갈릴레오는 종교적 권위와 싸운 과학자로 묘사돼 왔지만, 종교적으로 경건한 내면을 잃지는 않았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갈릴레오가 직관이나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철저한 계산 끝에 새로운 이론에 눈을 떴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해당 메모는 위대한 학자가 전통적인 가르침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과학의 문을 여는 진지한 걸음을 후대에 전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