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개도 진짜 개처럼 인간의 애매한 몸짓과 말을 알아듣는 시대가 올지 모르겠다. 지금의 인공지능(AI)은 정확한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실제 개처럼 경험과 감각에 의해 인간 말을 알아듣는 기술이 첫걸음을 뗐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로봇공학 연구팀은 명확하지 않은 말과 행동에서 진짜 의미를 유추해 행동하는 로봇 기술을 19일 소개했다. 연구팀이 만든 기술은 이달 17일 스코틀랜드에서 개최된 인간과로봇의상호작용에관한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Human-Robot Interaction, IHR)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이 만든 기술은 인간의 시선과 팔 동작, 말에 담긴 지시를 하나로 결합해 정확한 명령이 무엇인지 유추한다. 이를 탑재한 로봇 개가 애매한 명령을 받고 물건을 찾아온 확률은 무려 약 89%다.
개가 인간의 몸짓을 이해하는 메커니즘은 그간 AI로 재현하기 어려웠다. 사람은 “저거 가져와” 내지 “근처에 있는 것”과 같은 애매한 표현을 자주 쓴다. 사람끼리는 문제없이 통하지만, 명확한 프롬프트로 움직이는 로봇에게는 난감한 지시다. 사람이 가져오라고 시킨 물건과 비슷한 것들이 탁자에 여럿 놓인 경우, 로봇은 어느 것을 가져갈지 판단할 수 없었다.
개는 다르다. 사람과 오래 지내며 쌓은 경험으로 애매한 지시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수행한다. 연구팀은 이런 개의 행동을 AI가 학습한다면 로봇 개도 같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
실험 관계자는 “최근 로봇은 카메라를 사용해 물체를 식별하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물건이 겹치거나 물체에 가린 경우가 많아 로봇이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화 속 설명과 몸짓을 조합해 표적을 좁히는 AI 시스템 LEGS-POMDP는 오차를 현저하게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POMDP는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마르코프가 고안한 수학 모델 마르코프 결정 과정(MDP)을 응용한 부분 관측 마르코프 결정 과정이다. 개는 사람이 가리킨 방향이나 시선을 읽는 동시에, 말에 담긴 익숙한 단어를 파악해 과제를 이해한다. LEGS-POMDP는 개처럼 사람의 말과 몸짓을 동시에 분석한다.
기존의 AI는 사람이 ‘빨간 컵’이라고 말하면 단어 자체로부터 물체의 특징을 이해한다. 하지만 말만으로는 방에 있는 여러 개의 컵을 구별할 수 없다. 개의 경우 명령하는 사람의 시선이나 팔꿈치, 손목을 하나의 직선상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이 만든 AI 기술은 이 움직임으로부터 표적이 존재하는 범위를 확률적으로 계산한다.
실험 관계자는 “말로 사물의 특징을 좁히고 몸짓으로 장소를 특정하는 두 단계 처리과정을 통해 애매한 지시를 정확한 데이터로 변환한다”며 “자신이 없을 때 스스로 움직여 확인하는 개의 탐색 행동을 AI가 구현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물건이 숨어 보이지 않는 등 정보가 불충분한 환경에서도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선택하기 위해 POMDP를 도입했다”며 “로봇 개는 말과 몸짓의 정보로부터 정답일 확률을 계산하고, 만약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이동해 시점을 바꾸고 새로운 정보를 모은다”고 언급했다.
실험에서 로봇 개는 진짜 개와 마찬가지로 컵이 상자 뒤에 숨어 있자 돌아서서 들여다봤다. 확신을 얻을 때까지 끈기 있게 정보를 수집하고, 대상을 선택하는 과정이 실제 개의 행동 그 자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실험에서 나타난 과제 성공 확률이 90%에 육박한 것은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는 새로운 미래를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