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개미들이 작은 개미의 집을 찾아 몸 청소를 받는 희한한 상황이 관찰됐다. 서로 다른 종의 개미가 이러한 관계를 맺는 것은 곤충계에서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스미스소니언국립자연사박물관(SNMNH) 곤충학자 마크 모펫 박사 연구팀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애리조나주 남동부 치리카와 산맥 기슭의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 붉은수확개미의 생태를 조사했다. 몸길이 최대 10㎜로 개미 중에서는 비교적 대형종인 붉은수확개미는 큰 턱으로 식물의 씨앗을 으깨 개미집에 모으는 습성이 있다. 강력한 독침을 가져 사냥에도 능하다.
조사 과정에서 연구팀은 붉은수확개미 여러 마리가 보인 기묘한 행동에 주목했다. 일부 개체가 작업을 멈추고 같은 자세로 대기하더니, 다른 종의 개미들로부터 몸 청소를 받았기 때문이다.
마크 모펫 박사는 “자세히 보니 붉은수확개미 몇 마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항상 움직여야 할 일개미가 정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인데, 멈춰 선 개체 위에 작은 개미 몇 마리가 금세 올라가더라”고 전했다.
작은 개미는 몸길이 3~4㎜로 도리미르멕스(Dorymyrmex) 속으로 파악됐다. 일명 피라미드개미로, 개미집 입구 주변에 원뿔형 흙더미를 만들어 산다고 해서 원뿔개미라고도 부른다.
도리미르멕스 속은 모두 독침이 없다. 사막과 같은 낮의 고온건조한 환경에서도 활발히 움직일 수 있다. 붉은수확개미 위에 올라탄 도리미르멕스 속 개미들은 아직 학명이 붙지 않은 미기재 신종으로 확인됐다.
마크 모펫 박사는 “며칠 관찰한 결과, 적어도 붉은수확개미 90마리가 도리미르멕스 개미의 몸 청소를 받았다”며 “붉은수확개미들은 턱과 다리를 활짝 벌리고 몸을 높이 들어 올린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도리미르멕스는 1분 내에 여기 기어올라 온몸을 정성스럽게 청소했다”고 말했다.
박사는 “붉은수확개미는 모두 암컷이었다. 많을 때는 5마리나 되는 도리미르멕스가 동시에 올라타 몸의 틈새까지 꼼꼼하게 청소했다”며 “이런 정형화한 행동은 15초 이내에 끝나기도 했고 5분 넘게 지속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리미르멕스의 행동을 당초 공격이라고 생각한 연구팀은 아직 학자들이 모르는 공생관계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청소 물고기나 새우가 몸집이 큰 물고기의 몸에 달라붙어 기생충이나 손상된 피부 조직을 먹어 청소하는 관계와 비슷하다고 봤다. 도리미르멕스의 경우 붉은수확개미의 몸을 깨끗하게 하고 체표에서 긁어낸 씨앗 부스러기 등을 섭취한다는 게 연구팀 추측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