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1초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흐르는 물리적 시간이다. 다만 다른 생물이라면 이 1초가 전혀 다른 속도로 체감되기도 한다. 파리를 잡기 어렵고, 새가 공중에서 번개처럼 방향을 바꾸는 이유는 단순한 반응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서다.

시간을 생태학적, 신경과학적으로 들여다본 여러 연구들은 동물은 각기 다른 속도의 시간 속에 살고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빨리 살아가는 존재일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사실은 과학에 흥미가 없는 이들의 관심까지 끌었다.

영국 뉴캐슬대학교와 이탈리아 칼라브리아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017년 실험 보고서 '플리커 융합의 환상 풀기(Unravelling the illusion of flicker fusion)'를 내고 임계 깜박임 주파수(CFF)가 시각 현상에 그치지 않고, 포식자와 피식자 관계 등 생물의 생존전략과 밀접하게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조류처럼 속도가 빠른 종은 높은 CFF를 가져 고속 시간 인식이 가능하다. <사진=pixabay>

CFF는 동물의 시간 지각 연구의 핵심 지표다. 빛이 깜박일 때 이를 연속된 빛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한계 속도를 의미한다. CFF가 높을수록 더 많은 시간의 조각을 인식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세계가 느리게 보인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더블린 및 골웨이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지난 2월 조사 보고서를 내고 동물의 생태적 생활 속도가 시간 지각을 결정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총 237종의 동물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팀은 빠르게 움직이는 종(곤충, 조류)은 높은 CFF를, 느리게 움직이는 종(해양 무척추동물 등)은 낮은 CFF를 갖는다고 결론 내렸다. 시간 지각을 결정하는 생태적인 생활 속도는 동물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CFF는 50~90Hz로 알려져 있다. <사진=pixabay>

세부적으로 보면, 인간은 약 60Hz이고 작은 새는 100Hz 이상, 잠자리나 파리는 200~300Hz로 각각 파악됐다. 연구팀은 이런 CFF의 격차가 단순한 시각 차이가 아니라, 같은 1초를 더 많은 프레임으로 나누어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아울러 신진대사 속도가 시간 감각을 만드는 것으로 봤다. 대사 속도가 빠른 동물일수록 신경의 신호 처리속도가 빨라 같은 시간이라도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면서 시간은 더 느리게 체감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대사 속도가 느린 달팽이 등은 세계가 흐릿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인식한다.

이렇듯 종별로 다른 시간 지각은 단순 감각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는 견해도 있다. 빠른 포식자(새, 곤충)는 먹이를 추적하기 위해 고속 시간 인식 필요하고, 느린 동물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낮은 처리 속도를 유지하도록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시각 지각은 생존 전략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사진=pixabay>

골웨이대학교 켈빈 힐리 박사는 2022년 영국 생태학회에서 시간 지각 능력은 에너지 비용이 큰 기능이므로, 필요한 종만 발달시킨다고 언급했다. 모든 동물이 빠른 시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위치에 맞는 시간 속도를 선택해 진화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CFF는 50~90Hz로 알려져 있다. 이는 많은 동물보다 낮은 편으로,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는 곤충을 놓치기 쉽고 영화(24fps)를 연속 영상으로 인식한다. 고속 변화는 흐릿하게 느낀다. 파리나 잠자리는 인간의 손동작을 느린 공격으로 인식한다.

결국 선행연구들은 동물에 있어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결국 시간은 우주의 속성이 아니라, 신경계가 만들어낸 주관적 경험임을 증명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수많은 서로 다른 시간의 세계가 공존하는 자연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셈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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