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몸길이가 20m에 육박하는 초대형 문어가 서식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백악기 지구의 바다를 누빈 최강 포식자가 문어일 수 있다는 주장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홋카이도대학교는 24일 학교 홈페이지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대략 1억 년 전 지구 해양 생태계의 정점에 군림한 몸길이 19m의 대형 문어를 소개했다. 이 연구에는 오사카공립대학교, 니가타대학교, 츄오대학교와 인공지능(AI) 업체 모르겐로트가 참여했다.
문어를 비롯한 두족류는 근육과 피부 등 체조직이 부드러운 연체동물이다. 사후에는 이 체조직이 대부분 남지 않아 화석이 발견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때문에 문어의 진화 역사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예외적으로 화석으로 남는 턱 구조다. 문어의 턱은 새의 부리를 닮은 단단한 기관으로, 암석 속에 남은 것이 드물게 발굴된다. 일본 홋카이도와 캐나다 밴쿠버에서 과거 발견된 15점과 최근 찾아낸 12종 등 27점의 문어 턱 화석을 모은 연구팀은 이를 정밀분석했다.
홋카이도대 이바 야스히로 부교수는 "모르겐로트가 개발한 대규모 데이터 처리 AI 기술과 고정밀 연삭단층촬영기법을 활용했다"며 "암석을 조금씩 기계로 깎아가며 표면을 연속 촬영하고, 컴퓨터로 내부 3D 영상을 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물의 턱과 몸 전체의 크기에는 일정한 비율이 있다"며 "턱의 크기를 기준으로 몸 전체 길이를 역산하자 백악기 문어의 몸길이는 3~8m가 보통이었고, 최대 7~19m짜리 대형종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분석한 표본에는 문어류 화석의 가장 오래된 기록을 기존보다 약 500만 년 앞당긴 것도 있다. 현생종 문어는 유촉모아목(Cirrina) 및 무촉모아목(Incirrina) 등 크게 두 아목으로 구분된다. 이번에 분석한 화석들은 유촉모아족으로, 심해에 서식하는 현생종 그림포테우티스(Grimpoteuthis)도 같은 종류다.
현재 지구상의 가장 큰 두족류는 대왕오징어로 전체 길이는 최대 약 12m다. 백악기 바다에 살았던 대형 파충류 모사사우루스의 몸길이가 최대 17m로 추측된다. 25m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이크티오티탄 등 일부 종을 제외하면, 고대 문어의 몸길이는 어지간한 어룡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바 야스히로 교수는 "이번 화석 분석에서는 종이 최신일수록 성장속도가 빠르고 급속히 거대해졌음이 확인됐다"며 "각 문어의 턱 표면을 AI로 시각화한 결과 큰 파손, 긁힌 자국, 균열, 마모 등 사용 흔적이 많았다. 성장한 개체는 턱 끝부터 전체 길이의 약 10%가 깎였다"고 언급했다.
교수는 "이는 고대 문어가 조개, 암모나이트, 큰 물고기 등 단단한 껍데기와 뼈를 가진 생물을 섭취했다는 증거"라며 "턱의 좌우 마모 정도가 크게 다른 점은 인간의 손처럼 이 고대 문어도 주로 쓰는 턱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손이나 발 등 좌우 중 하나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편측화(lateralization)라고 한다. 이 특성을 가진 동물은 신경 처리 능력, 즉 지능이 뛰어나다고 여겨진다. 현대의 문어는 주로 사용하는 다리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무려 1억 년 전 고대 문어도 턱의 편측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지난 4억 년에 걸친 해양의 최상위 포식자는 상어와 어룡, 모사사우루스 등 대형 척추동물이 독점했고, 무척추동물은 먹이사슬의 하위였다는 견해를 근본부터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