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을 관찰하고 별의 움직임을 예측한 약 5000년 전 선인들의 천문 관측 시설이 페루 북부 유적 아스페로에서 발굴됐다.
페루 문화부는 28일 공식 자료를 내고 어업이 번성한 고대 집락 아스페로 유적에서 약 5000년 전 축조된 천체 관측 시설이 나왔다고 전했다.
페루 정부는 이번 성과가 지난 20년에 걸친 끈질긴 조사 끝에 얻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설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조수와 기후의 변화, 어패류의 증감을 예상하는 데 쓴 것으로 학자들은 봤다.
문화부 관계자는 “페루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아스페로 유적은 남북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인 카랄의 거점이었다”며 “선콜럼버스 시대 유력한 문명이던 카랄의 뛰어난 천문 지식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랄 문명은 문자를 갖지 않았음에도 고도의 도시 계획과 건축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중심 유적인 카랄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이번 아스페로 유적의 대발견은 카랄 사람들의 지식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보여준다.
페루 문화부 고고학 연구팀이 아스페로 발굴을 시작한 것은 20년 이상 전의 일이다. 조사가 집중된 곳은 J1 구역으로, 유적 내 주요 피라미드형 건조물 근처에 자리한다. 여기서는 해안선과 수페 계곡의 하류부를 모두 조망할 수 있어 자연 현상과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적합해 천문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페루 문화부에 따르면, 이 시설은 애초에 공공 의례용이었다가 지름 3.18m, 높이 63㎝의 타원형 돌판이 추가됐다. 중앙에 완카(huanca)라는 돌 구조물이 수직으로 세워졌다. 완카는 원래 안데스 의례에서 공간의 기준점으로 사용된 표석이다. 이번 유적에서는 태양이나 별의 위치를 측정하는데 쓴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설에는 지름 9.4m, 높이 1m의 하단과 지름 4.8m의 상단 등 2단 단상이 만들어졌다. 그 중앙에 직사각형 돌이 놓였고 옆에는 의례용 화로를 갖춘 울타리가 설치됐다. 전문가들은 이 구성을 태양과 달의 주기를 기록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어촌에 천문 관측 시설이 들어선 이유는 바다와 하늘이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며 “조석은 달의 중력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달의 주기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조수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태양의 움직임은 계절 변화와 직결되며, 물고기의 회유 시기나 폭풍의 도래를 예측하는 단서가 된다”며 “아스페로 사람들은 천체의 규칙을 장기간 기록함으로써 어업에 나가는 시기나 조개 채취, 내륙의 수페 계곡 농경 계획까지 세웠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학계는 같은 카랄 문명의 중심 유적에서도 유사한 천문 관측 시설이 확인된 만큼, 이 문명이 체계적인 자연 관찰에 능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번 발견은 남미의 오래된 문명이 가진 뛰어난 지식 체계를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