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있다. 셔츠가 금세 젖고 얼굴에는 땀이 줄줄 흐르니 본인도 불편하고 주변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생리학적으로 보면, 땀을 잘 흘리는 사람은 오히려 더위에 강한 경우가 있다. 인간의 땀은 단순한 체액 배출이 아니라 몸을 식히기 위해 진화한 정교한 냉각 장치이기 때문이다.

체온이 오르면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은 피부 표면에서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간다. 땀이 증발하며 열에너지를 같이 가져가는 이 기화열이 인체의 천연 냉각기다. 다만 땀을 많이 흘린다고 꼭 더위를 덜 탄다고 단언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많은 땀을 흘리느냐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증발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실험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미국 생리학자 폴 웹 등 연구팀은 1961년 낸 조사 보고서 ‘체열 냉각 및 열에 대한 반응(Body cooling and response to heat)’를 내고 인간이 고온 환경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 발한 작용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땀 배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고온 환경에서 심부 체온 상승 속도가 더 느리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땀은 증발할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체온 하강에 도움을 준다. <사진=pixabay>

생리학 분야에서는 땀의 냉각 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은 자원자들의 피부에 초박형 센서(EEDs)를 부착한 실험에서 부착한 실험에서 인간의 땀이 피부의 온도 변화를 야기하는 주된 요인임을 확인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이나 일본처럼 습도가 높은 여름은 체감 온도가 유독 높다. 땀이 몸에 맺힌 채 증발하지 못하니 냉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중동 사막처럼 건조한 지역에서는 기온이 높아도 그늘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견딜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운동선수들이 일반인보다 땀을 빨리, 많이 흘리는 것도 인체 냉각 시스템을 응용한 결과다. 운동으로 단련된 사람들은 체온 상승을 빠르게 감지하고 즉시 냉각 체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라토너나 사이클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발한 시작 시점이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는 땀 배출이 어려워 무더위에 혀를 내밀고 헐떡거린다. <사진=pixabay>

다만 땀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친 발한은 탈수와 전해질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나트륨이 과도하게 빠져나가면 두통, 근육 경련, 피로감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스포츠의학회 등 전문가들은 장시간 야외 활동 시 물뿐 아니라 전해질 보충도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체내 냉각 시스템을 가진 동물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개는 혀를 내밀어 헐떡이고, 대부분의 포유류는 제한된 부위로만 땀을 흘린다. 인간은 전신의 땀샘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한다. 일부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이 장거리 사냥과 이동에 강했던 이유 중 하나로 바로 이 발달한 발한 능력을 꼽는다.

결국 여름철 땀은 단순히 불쾌한 체액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고성능 생존 장치에 가깝다. 땀을 많이 흘린다는 이유로 부끄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이는 몸의 체온 조절 능력이 활발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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