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감지한 빨판상어가 급히 쥐가오리의 엉덩이로 파고드는 진귀한 상황이 확인됐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수생생물 연구팀은 20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다이버의 접근에 놀란 빨판상어가 쥐가오리의 총배출강(총배설강)에 뛰어드는 광경이 최초로 포착했다고 전했다.

빨판상어는 이름과 달리 상어가 아닌 농어목 물고기다. 연골어류인 상어와 달리 경골어류이며 몸길이는 최대 1m 넘게 자란다. 머리 위에 등지느러미가 변형된 흡반이 분포해 쥐가오리, 상어, 고래 등 대형 해양생물의 몸 표면에 착 달라붙는다.

빨판상어(사진)는 쥐가오리와 편리공생 관계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학자들은 전부터 빨판상어와 쥐가오리가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서로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득을 취하는 공생관계라는 생각이 보편적이었지만, 이번 발견으로 빨판상어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얻는 관계, 즉 편리공생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사를 주도한 에밀리 예거 연구원은 “빨판상어는 스스로 장거리를 헤엄칠 필요가 없고, 숙주가 먹다 남긴 먹이나 체표의 기생충을 먹으며 살아간다”며 “기생충을 없애주는 점에서 상리공생이라 할 수 있지만 최근 흡반이 숙주의 피부를 상처를 내거나, 붙어 있는 빨판상어의 무게가 숙주의 유영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빨판상어가 주로 타고 이동하는 생물은 열대·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대형종 쥐가오리로, 날개처럼 펼쳐지는 가슴지느러미의 폭이 최대 약 8m에 달한다”며 “플랑크톤을 먹는 온순한 성격으로 빨판상어에게는 최적의 이동수단이다. 실제 빨판상어가 쥐가오리에 붙어 전 세계 바다를 다니는 것은 흔히 목격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분석한 영상 중에서 빨판상어가 쥐가오리의 총배출강에 숨어드는 것도 있었다. <사진=에밀리 예거>

이번 발견이 가치가 있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을 담아서다. 빨판상어가 급히 숨어든 총배출강은 배설, 교미, 출산을 하나의 개구부에서 담당하는 기관이다. 상어와 가오리를 비롯한 어류부터 조류, 파충류 등에서 확인된다. 

연구팀은 해양 대형생물의 보호와 연구를 수행하는 국제단체 및 가오리 보호·연구를 수행하는 NGO 단체 만타 트러스트(Manta Trust)가 2010~2025년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 인도양 몰디브,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에서 수집한 사진과 영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빨판상어가 가오리 총배출강에 뛰어든 상황 총 7건이 뒤늦게 확인됐다.

쥐가오리 총배출강에 뛰어든 빨판상어를 담은 사진들 <사진=에밀리 예거>

에밀리 예거 연구원은 “빨판상어의 몸과 쥐가오리 총배출강의 개구부 너비는 서로 거의 같아 상어가 들어가면 거의 막혔을 것”이라며 “서로에게 불편할 텐데 굳이 빨판상어가 이런 행동을 하고, 쥐가오리가 용인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검토한 영상 중에 다이버가 쥐가오리에 가까워진 순간, 근처에 있던 빨판상어가 일직선으로 헤엄쳐 총배출강에 뛰어드는 것이 있었다”며 “쥐가오리는 몸을 떨면서도 그대로 헤엄쳐 떠났다. 이는 빨판상어가 적이나 위협을 감지하면, 순간적인 대피 장소로 쥐가오리를 이용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빨판상어는 쥐가오리의 아가미에도 뛰어들었다. 이때 아가미에 뚜렷한 손상이 발생했다. <사진=에밀리 예거>

연구팀에 따르면, 빨판상어는 총배출강 외에도 쥐가오리의 아가미 틈에 숨기도 했다. 이때 아가미에 분명한 손상이 발생했다. 빨판상어가 쥐가오리 몸의 바깥쪽에 붙는 것뿐만 아니라, 안쪽까지 은신처로 사용하는 행동은 긴 진화 과정에서 터득한 생존 전략이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그간 공생관계로 생각된 빨판상어와 쥐가오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연구팀 역시 빨판상어가 은신을 위해 쥐가오리 몸에 상처를 내는 점에서 상리공생보다는 편리공생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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