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가장 많은 인간 희생자를 내는 동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말라리아와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을 옮기는 모기 때문에 매년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세상에서 모기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이 진지하게 논의돼 왔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학자들은 생각보다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어떤 학자들은 생태계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는 사실이다. 모기는 인간에게 악명 높은 해충이지만, 자연계에서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기 절멸 가능성을 다룬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3년 발표된 조사 보고서 ‘형질전환 및 무균 곤충 기술을 통한 이집트숲모기 방제 모델링: 풍토병 및 신종 발병(Modelling Aedes aegypti mosquito control via transgenic and sterile insect techniques: Endemics and emerging outbreaks)’은 유전자 조작 및 불임충 방사법(SIT)을 이용할 경우 특정 모기 개체군을 사실상 제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 연구팀은 2019년 학술지 네이처에 ‘양립 불가능한 불임충 기술을 통한 모기 박멸(Incompatible and sterile insect techniques combined eliminate mosquitoes)’ 보고서를 내고 박테리아 볼바키아 및 불임충 기술을 결합한 모기 구제법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일명 아디다스 모기, 흰줄숲모기를 거의 박멸 수준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세상의 모기를 정말 없앨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키운 대표 사례다.
모기가 사라진 실제 사례도 보고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2018년 ‘팔미라 환초에서 쥐 박멸 후 흰줄숲모기 지역 구제(Local extinction of the Asian tiger mosquito (Aedes albopictus) following rat eradication on Palmyra Atoll)’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태평양 팔미라 환초에서 쥐가 사라지자 주요 흡혈 대상을 잃은 모기가 개체군 유지에 애를 먹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이용한 모기 박멸 모델도 등장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특정 형질을 거의 100% 후대에 전달하도록 만들어 개체군 자체를 없애버리는 기술이다. 아프리카 지역의 말라리아 통제를 목표로 설립된 국제 단체 타깃 말라리아(Target Malaria) 연구팀은 암컷 모기의 번식을 막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발달하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로 조만간 말라리아 매개 모기를 지구상에서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2025년에는 비 바이러스 매개 개체를 양산해 자연에 뿌리기 위한 모기 공장이 브라질에 들어섰다.
기술의 발달로 모기가 사라지게 된다면 인간은 정말 행복해질까. 일단 단기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말라리아와 뎅기열, 황열병 같은 모기 매개 질병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열대 지역에서는 공중보건 혁명 수준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모기 유충은 물속에서 살아가며 물고기, 양서류, 수서곤충의 먹이가 된다. 성충 역시 박쥐와 새, 거미 등이 주로 사냥한다. 게다가 모기는 벌, 등에와 마찬가지로 식물의 꽃가루를 옮긴다. 따라서 모든 모기가 갑자기 사라질 경우 먹이사슬 일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알려진 모기 종류는 약 3500종 이상인데, 실제로 인간의 피를 빨고 질병을 전파하는 종은 극히 일부다. 따라서 특정 질병 매개종만 제거할 경우 생태계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결국 학자들은 모기 전체가 아닌, 인간에게 치명적인 특정 종을 어디까지 통제할 것인가 주목한다. 오늘날 과학은 이미 일부 모기 종의 절멸에 근접한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 종을 없앴을 때 예상하지 못한 연쇄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모기는 인간에게 가장 미움받는 곤충이지만, 자연에서는 수억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생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