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가 야생 알비노 판다 영상을 공개해 지구촌의 시선이 모였다. 쓰촨성 워룽자연보호구역에 서식하는 이 판다는 온몸이 흰색 털로 덮였고 눈이 붉은색을 띠는 관계로 전형적인 백색증(albinism) 사례로 판단됐다. 중국이 2019년 처음 발견한 이후 지속적으로 관찰 중인 해당 판다는 백색증 개체는 야생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는 가설을 보기 좋게 깼다.
새하얀 판다 소식이 주목을 받으면서 헷갈리기 쉬운 백색증과 백변증에 대한 관심도 역시 올라갔다. 백색증과 백변증의 핵심은 멜라닌으로, 이것이 선천적으로 없으면 백색증, 일부만 줄어들면 백변증으로 본다.
백색증은 피부와 털, 눈의 색깔을 만드는 멜라닌 색소가 거의 생성되지 않거나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 유전 질환이다. 주로 멜라닌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특징은 흰색 또는 매우 옅은 털, 붉거나 분홍빛을 띠는 눈, 강한 햇빛에 대한 민감성, 시력 저하 가능성이다. 중국의 알비노 판다는 전형적인 백색증 동물의 특징을 여럿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변증(leucism)은 멜라닌 자체가 생성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생 과정에서 색소세포가 일부 또는 전체적으로 제대로 분포하지 못해 발생한다. 따라서 백변증 개체는 몸이 희거나 얼룩무늬를 보일 수 있고 눈 색깔은 정상인 경우가 많다.
일부 학자들은 백변증이 빙기와 간빙기를 반복한 지구환경에 적응하고 보호색을 유지하기 위해 동물이 터득한 자질이라는 주장한다. 시력 문제도 드문 편이어서 알비노와 달리 야생에서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즉 색소 공장이 멈춘 상태가 백색증이라면, 색소를 배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상태가 백변증이다. 눈 색깔이 가장 쉬운 구별법으로, 야생동물 전문가들 역시 백색증과 백변증을 언급할 때 눈을 가장 먼저 본다.
중국 워룽의 판다는 2019년 적외선 카메라에 처음 포착됐고, 세계 최초로 확인된 야생 알비노 자이언트 판다로 기록됐다. 관찰카메라에는 이 판다가 다른 개체들과 아무렇지 않게 교류하는 상황도 담겨 생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의 야생동물 농장 게이터랜드는 2023년 말 세상에 몇 마리밖에 없는 극히 희귀한 백변증 악어가 태어났다고 전했다. 백변증을 가진 악어가 야생동물 사육장에서 탄생한 것은 세계 최초라 많은 관심이 모였다. 당시 기준으로 동물학자들이 확인한 악어 백변종은 전 세계에 단 8마리였다.
한 캐나다 여성은 2024년 4월 30일 차량 안에서 찍은 흰색 무스 영상을 공개했다. 무스는 얕은 언덕을 성큼성큼 내려와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뒤를 동료로 보이는 갈색 무스가 따랐다. 학자들은 이 무스가 백색증인지 백변증인지 특정하지는 못했다.
화이트 피콕으로 불리는 흰 공작새 가운데 상당수는 백색증이 아니라 백변증이다. 눈 색은 정상이고, 멜라닌 생성 능력도 일부 유지된다. 간혹 도시에서 발견되는 흰 까마귀도 대부분 백변증이다. 일부 깃털만 하얗게 변하는 경우가 흔하다.
과거에는 알비노 개체는 야생에서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생존에 불리하다고 여겨졌다. 햇빛에도 취약하고 시력이 나쁜 것도 알비노 동물의 약점이다. 다만 월룽의 알비노 판다는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며 수년간 생존하고 있어 학자들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깬 사례로 지목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