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구현에 필요한 냉각용 물의 양이 2030년 인류가 1년간 마시는 식수의 1.6배가 된다는 예측에 관심이 모였다. 날로 발달하는 AI는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바꿀 것으로 기대되지만, 막대한 전력과 수자원 등 물자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계속됐다.
국제연합대학 수자원·환경·보건연구소(UNU-INWEH)는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오는 2030년 AI 기술 구현에 따른 발열 제어에 연간 소비되는 물이 약 9.3조ℓ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구상 인류 81억 명이 약 1.6년간 마시는 물에 해당한다.
AI는 화면을 통해 보는 생성형 AI를 넘어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 등 몸체를 갖춘 피지컬 AI로 진화하는 단계다. 인간의 생활을 이롭게 할 기술이자 미래의 대표 먹을거리로 평가되지만, AI를 움직이는 컴퓨터가 집결된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기 위해 많은 냉각수가 필요하다.
UNU-INWEH 관계자는 “AI를 이용해 글이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손에 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세계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시설, 데이터센터가 대량의 컴퓨터를 가동해 처리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의 컴퓨터가 쉬지 않고 계산을 계속하면 심하게 발열한다. 서버가 너무 뜨거워지면 고장이 나 계속 냉각해야 한다”며 “이 냉각에 물이 사용되며,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서도 터빈 냉각을 위해 물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막대한 양의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지구 곳곳의 수자원이 부담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취수한 물의 일부가 자연적으로 돌아오더라도, 건조한 지역이나 지하수가 부족한 곳의 물 부족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UNU-INWEH는 봤다.
또한 보고서는 AI에 들어가는 전력도 만만찮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UNU-INWEH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945테라와트시(TWh)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전력의 약 3%에 해당한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물이 사용되며, 설비와 송전망을 위해서는 토지도 필요하다.
즉 AI의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그 이면에서 소비되는 물과 토지도 연동돼 고갈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AI와 관련된 토지 이용이 2030년 1만4500㎢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우리나라 경기도(1만201.22㎢)가 통째로 들어가고 남을 면적이다.
학자들은 이미 AI의 효율화가 진행될수록 소비가 증가하는 역전 현상을 우려해 왔다. AI의 발달로 작업 효율이 올라가면 필요한 전력이나 물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제본스의 역설(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때 비용이 낮아지면서 되레 그 자원의 소비가 느는 현상)처럼 잘못됐다는 게 UNU-INWEH의 결론이다.
UNU-INWEH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해 석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석탄 소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한 것이 제본스의 역설”이라며 “효율이 올라가고 저렴하며 편리해진 덕에 그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AI도 똑같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AI는 저렴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횟수와 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효율 개선으로 절약 가능했던 전력과 물은 이용 확대에 흡수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밖에도 AI 전용 설비를 보유한 국가가 32개국에 불과한 점, 그중 약 90%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편중된 점도 주된 과제로 들었다. 앞으로는 AI의 환경 비용을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계산에 포함하고, 투명성을 유지해 사용자에 공개해 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