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철을 금으로 바꾸겠다.”
황당하게 들리는 이 목표 때문에 연금술은 흔히 사이비 과학이나 미신으로 취급된다. 다만 역설적으로 현대인이 매일 사용하는 수많은 기술과 제품은 연금술사들의 실험에서 시작됐다. 화학, 제약, 향수, 금속 가공 등 여러 분야가 연금술의 영향을 받았다. 연금술에 빠진 선인들은 결국 평범한 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지만, 거듭된 실험 덕에 현대 과학의 토대가 마련됐다.
연금술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중동을 거쳐 중세 유럽까지 퍼지며 크게 유행했다. 연금술사들은 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불로장생의 약을 제조하려 했고, 현자의 돌을 만들기 위해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를 거듭했다.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목표지만, 연금술사들은 증류와 승화, 용융, 합금 등 화학의 기본이 되는 기술들을 만들어냈다. 알코올부터 알칼리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학용어도 연금술에서 비롯됐다.
현대과학에 준 영향이 많다 보니 연금술의 체계를 알아본 연구도 많다. 모로코 연구팀이 지난해 낸 조사 보고서 ‘위대한 화학자들과 유산: 연금술에서 현대 발견까지(Great chemists and their legacy: From alchemy to modern discoveries)’는 자비르 이븐 하이얀과 무함마드 이븐 자카리야 알라지 등 중동 연금술사들의 업적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연금술사이기 전에 위대한 과학자이자 철학자였다. 이들은 다양한 실험을 거치면서 현대 화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특히 중세 유럽 연금술 유입과 알칼리 같은 화학 용어의 도입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고대 연금술은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줬다. 증류 기술이 대표적이다. 연금술사들은 물질의 순수한 본질을 추출할 목적으로 증류 장치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오늘날 위스키와 소주 같은 술 제조, 향수 생산, 의약품 정제, 석유 정제 산업의 핵심 공정에 사용된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향수 역시 식물의 향 성분을 추출하는 증류 기술 없이 만들 수 없다. 중세 연금술사들이 사용하던 증류기는 현대 화학 공장의 증류탑으로 진화했다.
제약의 시작도 연금술이다. 연금술사들은 불로장생약을 만들려다 수많은 화학물질을 발견했다. 암모늄염이나 질산칼륨, 각종 산의 발견이 연금술 시대에 이뤄졌다. 특히 광물과 금속 화합물을 이용한 제약법은 현대 약제학의 전신으로 평가된다. 스위스 연금술사 파라켈수스는 모든 것은 독이며 용량이 독을 결정한다는 개념을 창시했는데, 이는 현대 독물학의 핵심 원리로 통한다.
우리가 복용하는 감기약이나 진통제는 연금술의 철학을 따르지는 않지만, 물질을 분석하고 정제해 약효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은 연금술의 실험이 출발점이다.
스마트폰도 연금술의 영향을 받았다. 연금술사들은 금속을 더 단단하게 만들거나 색을 바꾸려 수많은 합금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서 축적된 경험이 현대 야금학의 기반이 됐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들어가는 초정밀 금속 부품, 자동차 엔진의 특수강, 반도체 제조 장비에 사용되는 합금 기술은 모두 수백 년에 걸친 금속 실험의 결과물이다.
근대 과학의 기틀을 닦은 위대한 학자 아이작 뉴턴도 연금술에 정통했다. 만유인력의 법칙 등 숱한 업적으로 알려진 뉴턴은 사실 연금술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1727년 뉴턴의 사후 발견된 수많은 미완성 수기는 생전 그가 연금술은 물론 오컬트, 심지어 묵시록 같은 고문서나 지구종말론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사실을 알려줬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실험을 반복하고 결과를 기록하며 새로운 물질을 탐색하는 방식 역시 연금술사들이 남긴 실험 문화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국립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조사 보고서 ‘현대 연금술: 과학 너머의 과학(Modern-Day Alchemy: a Science Beyond Science)’에서 연금술이 오늘날에도 과학과 문화 속에 상징적으로 살아 있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연금술은 실패했지만 절대 망한 학문이 아니다. 화학의 기초를 닦은 연금술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영위하는 지금의 일상을 가능하게 해줬다. 금을 만들겠다는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인류는 화학과 재료과학, 불굴의 실험정신 등 훨씬 값진 것을 연금술에서 얻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