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옛 성터에서 연금술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증류기가 발굴됐다. 증류기는 금속을 금으로 만들고자 했던 연금술사들이 고안한 핵심 장비 중 하나다.

독일 작센 고고학국(Saxony State Office for Archaeology)은 15일 공식 SNS를 통해 그난드슈타인성 조사 과정에서 액체를 가열해 증기를 추출하고 약이나 술, 산 등을 만들어낸 연금술 도구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난드슈타인성은 작센의 주도 드레스덴 서쪽 라이프치히 근교에 위치한다. 13세기 언덕 위 요새로 축성된 이래 작센에서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요새로 남았다. 13세기 건조된 성채 곳곳이 지금도 온전해 많은 사람이 찾는 고고학 유적으로 유명하다.

독일 그난드슈타인성에서 출토된 도자기. 일부 파손됐으며, 16세기 연금술에 동원된 증류기로 보인다. <사진=작센 고고학국 공식 홈페이지>

고고학국 관계자는 “이 성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대규모 수리가 이뤄졌고, 이후에도 보수 공사 때마다 작센 고고학국 학자들이 입회해 왔다”며 “이번 조사는 한때 성의 서쪽에 있던 건물 터에 설비실을 만드는 공사와 함께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조사한 지면은 면적 약 225㎡이며, 고고학자들은 약 30㎡ 면적의 근세 초기 바닥 벽돌 포장과 16세기 전반의 것으로 보이는 녹색 유약을 칠한 바닥 타일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업으로 성터에서는 수많은 도자기가 출토됐다. 그중에서도 기묘한 것은 키가 크고 가느다란 목을 가진, 바닥에는 작은 다리가 셋 달린 도자기다. 작센 고고학국은 이것이 연금술에 빠진 학자들이 만든 증류기라고 판단했다.

바깥쪽은 녹색, 안쪽은 노란색 유약으로 칠한 16세기 전형적 도자기 공법을 보여주는 증류기 <사진=작센 고고학국 공식 홈페이지>

증류기의 높이는 약 35㎝다. 바깥쪽은 일부가 녹색, 안쪽은 노란색 유약으로 덮여 16세기 전후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증류는 액체를 가열해 증기로 변환하고, 이를 냉각해 다시 액체로 되돌려 원하는 성분만을 추출하는 기술인데, 도자기는 딱 증류를 위해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국은 연금술사들이 증류기의 가느다란 목 위에 돔형 뚜껑을 씌워 사용했다고 봤다. 아래서 열을 가하면, 솟아오른 증기가 목을 타고 올라가 뚜껑 안쪽에서 식어 액체로 돌아가 외부로 유도되기 때문이다. 유해 성분이 녹아 나올까 우려해 금속 대신 흙으로 증류기를 제작했다고 추측됐다. 산과 같이 반응성이 높은 액체를 다루기에도 도기가 적합하다.

고고학국 관계자는 “연금술은 오로지 금을 만들려 했던 기술은 아니다”며 “중세부터 근세 유럽에서 연금술은 자연의 신비를 탐구하고 물질의 성질을 조사하는 과학적 실험으로 널리 유행했다”고 말했다.

그난드슈타인성 보수 작업 도중 발견된 16세기 전반기 벽돌 바닥 <사진=작센 고고학국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광석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제련 현장에서도 선인들의 연금술이 활용되고 있다”며 “증류 기술을 사용하면 황산이나 질산과 같은 강한 산을 만들 수 있다. 허브나 잎, 씨앗, 과일에서 향기와 약효가 있는 추출물을 얻기도 쉽다”고 언급했다.

유물부는 그난드슈타인성의 증류기가 실제 무엇을 증류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내부 잔류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유물 조사를 통해 증류기의 용도가 특정될 수도 있다고 유물부는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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