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드론 공격을 피하려 제1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다즐(dazzle) 카드를 꺼내 들었다. 100년도 더 전에 개발된 다즐 위장이 과연 첨단 기술로 무장한 드론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4년 이상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은 기존 전쟁과 달리 드론이나 인공지능(AI) 로봇 등 현대전의 바뀐 양상을 보여줬다.
눈에 띄는 것은 러시아군이 최근 트럭 등 장비에 다즐 위장을 채용한 점이다. 물론 당국의 발표는 없었지만, 다즐 위장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100년 넘은 기술이 첨단 드론에 먹힌다고 판단한 셈이다.
러시아군이 조직적으로 다즐 위장을 도입했는지, 일부 부대에 의한 독자적 도장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SNS나 미디어에서 소개된 이미지를 보면, 대형 트럭에 얼룩말 무늬 같은 다즐 위장을 넣은 것이 분명 확인됐다.
과연 다즐 위장은 효과적일까. 눈으로 뒤덮인 겨울이라면 몰라도, 여름철에는 다즐 위장이 오히려 불리하지 않을까. 애초에 100년 전 개발된 다즐 위장이란 정확히 어떤 기술일까.
러시아군의 결정이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AI 지원형 드론에 대한 대책으로 추측되는 이유는 다즐 위장의 특징이다. 다즐 위장은 일반적인 위장과 달리, 가리는 것보다 차량의 윤곽을 알기 어렵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7년, 영국 화가 노만 윌킨슨은 함선을 배경, 즉 해양에 녹아들게 할 것이 아니라, 일부러 눈에 띄게 해 적을 혼란스럽게 하는 도장을 제안했다. 당시 독일군 잠수함은 잠망경을 사용해 목표물의 진행 방향과 속도, 거리를 추정한 후 어뢰를 발사해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노만 윌킨슨은 선체의 윤곽이나 선수, 선미의 구분을 어렵게 하면 어뢰 조준의 정밀도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다즐 위장으로, 당시 수천 척의 함선에 실제 도장이 적용돼 대서양과 북해를 항행했다.
사실, 다즐 위장이 효과가 있는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논의가 있었다. 전후에 실시된 분석에서 피해 경감에 일정한 효과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다만 결정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 과연 다즐 위장이 첨단 기술을 적용한 드론을 속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학습하지 않은 외모가 AI를 혼란스럽게 하는 효과를 러시아가 노린다고 봤다.
현재의 AI는 대량의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해 차량이나 인물, 건물 등을 식별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목표를 추적하고 격추하는 드론 공격이 숱하게 이뤄졌다. 드론 공격은 비용도 저렴하고 효과도 확실하지만 AI가 학습하지 않은 특징이나 외관 변화를 감지하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AI에 의한 물체 파악이나 특징 검출은 모두 학습 데이터에 의존한다. 갑자기 러시아가 100년도 더 된 다즐 위장을 떠올린 것은, AI가 익숙하지 않은 무늬에 혼란을 느낄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이야기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토드 험프리즈 교수는 “대상의 외관이 학습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AI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교수는 “다즐 위장은 사람이라면 쉽게 간파하겠지만 AI는 이미 다즐 위장을 한 차량의 이미지를 수천 장 학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가 다즐 위장을 금세 파악하면 어떡할까. 여기에도 노림수는 있다. 러시아가 다즐 위장의 패턴을 조금만 바꾸면, AI는 다시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의 기계학습 연구에서는 특수한 무늬나 패턴을 추가해 AI의 인식률을 떨어뜨리는 꼼수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최근 AI의 기계학습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AI에 100% 의존하지 않고 인간이 조작하는 경우도 있어 다즐 위장의 성공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