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아가미에서 착안한 세탁기 전용 필터가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미세플라스틱을 99% 제거하는 성능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독일 본대학교 연구팀은 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름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세탁기 필터를 공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5일 자에 먼저 소개됐다.
세탁기 배수가 미세플라스틱 확산의 큰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확인됐다. 일반 가정의 세탁기에서 연간 약 500g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오므로, 전체 배출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탁기를 통해 하수구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강을 이어 바다로 나가거나 돌고 돌아 농지로 흘러든다. 해로운 플라스틱 입자가 인간의 뇌와 생식기에서 검출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연구팀은 정어리 같은 생선의 아가미에 주목했다.
본대학교 리안드라 하만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은 아주 작아 어디든 침투하고 분해까지 수천 년이 걸리는 골치 아픈 오염물질”이라며 “현재 세탁기에도 필터가 달려 있지만 금방 막혀 버리는 것도 있고, 충분한 여과 기능을 못 하는 것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백만 년 진화를 거듭한 물고기의 특정 기관에서 아이디어를 구했다”며 “멸치와 고등어 같은 생선은 바닷물을 많이 삼키면서 거기 포함된 플랑크톤만 걸러 먹는다. 입안에 깔때기처럼 생긴 아가미궁이라는 구조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가미궁은 아가미뼈로 구성되는 기관이다. 물고기가 바닷물을 삼키면 물은 아가미를 뚫고 밖으로 배출되는데, 작은 이빨 같은 돌기가 필터 역할을 하고 플랑크톤만 걸러낸다. 깔때기 형상 덕분에 플랑크톤은 그대로 식도 쪽으로 흘러가 물고기가 삼킬 때까지 모인다. 이런 구조는 필터를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한다.
연구팀은 아가미궁을 모방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필터를 개발해 테스트했다. 위 사진과 같이 최적의 디자인을 도출해 만든 필터는 물에서 99% 이상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동시에 막힘도 없었다. 연구팀은 세탁기를 조금 개량하면 수거한 쓰레기에서 수분을 짜내 버리기 쉬운 펠릿(작은 덩어리) 형태로 압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새로운 필터는 복잡한 기계부품을 필요로 하지 않고 제조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필터의 특허를 출원한 연구팀은 앞으로 세탁기 제조업체와 직접 협력해 이 기술을 제품에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