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월드컵 32강 토너먼트 독일-파라과이 전이 이번 대회 첫 연장전을 치렀다. 파라과이는 전반 42분 훌리오 엔시소(23)의 헤더로 앞서갔고, 독일은 후반 54분 카이 하베르츠(27)의 헤더로 균형을 맞췄다. 90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자 두 팀은 32강 첫 연장전에 들어갔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연장전은 단순히 30분을 더 뛰는 절차가 아니다. 선수의 몸에는 이미 90분간의 피로, 탈수, 근육 손상, 판단력 저하가 쌓여 있다. 그 위에 연장 전후반 15분씩 더 경기를 치르는 것은 인체의 에너지 저장고를 박박 긁어 쓰는 일에 가깝다.

월드컵 토너먼트에서는 90분 뒤 동점이면 5분 휴식 후 전후반 15분씩 총 30분 연장전을 치른다. 여기서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로 넘어간다. 이번 대회는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사상 첫 32강 토너먼트가 도입돼, 이런 극한 상황이 더 자주 벌어질 수 있다.

2026 북중미월드컵은 32강 토너먼트부터 전반과 후반 90분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른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장전에 들어가면 선수들 몸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스포츠과학자들이 주목한 첫 번째 변화는 근육 속 에너지 저장고 글리코겐이다. 축구는 느리게 걷기, 조깅, 전력질주, 급정지, 점프, 몸싸움이 반복되는 고강도 운동이다. 덴마크 학자 마그니 모어 박사 연구팀은 2022년 조사 보고서 ‘엘리트 축구선수의 근육 글리코겐: 경기력과 피로, 회복에 미치는 영향(Muscle glycogen in elite soccer: A perspective on the implication for performance, fatigue, and recovery)’에서 후반전 피로와 회복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근육 글리코겐을 꼽았다.

연구팀은 축구선수의 혈액·근육 표본 분석에서 연장전에 들어가면 혈당이 약 15% 떨어지고, 근육 속 글리코겐이 더 빠르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90분 경기 뒤 근육 글리코겐은 약 3분의 1 줄었고, 연장전 뒤에는 에너지 저장고가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변화는 근육 손상이다. 영국 스포츠과학자 애덤 필드 박사 연구팀은 2022년 조사 보고서 ‘120분간 축구 경기가 회복에 미치는 영향(The impact of 120 minutes of soccer-specific exercise on recovery)’으로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준프로 축구선수 12명을 모으고 90분과 120분간 축구경기를 갖게 했다. 이후 각 선수의 회복 지표를 비교한 결과, 120분 운동 후 24시간 뒤 크레아틴키나아제(CK) 수치가 90분 운동 때보다 53% 높았다. 심지어 72시간 뒤에도 58%나 높았다. CK는 근육 손상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30일 오전 5시30분(한국시간) 미국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6 북중미월드컵 32강 독일 대 파라과이의 경기. 연장전에 돌입한 선수들이 상당히 지쳐 보인다. <사진=KBS>

이는 축구 연장전 30분이 끝나도 몸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선수는 다음 경기까지 회복해야 하지만, 근육 손상 신호는 사흘 뒤까지도 남을 수 있다. 월드컵처럼 4~5일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지는 대회에서는 연장전을 치른 팀이 다음 라운드에서 체력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변화는 판단력이다. 연장전에 임하는 선수는 단순히 다리만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다. 체내 탄수화물 저장량이 떨어지고 체온이 오르며 탈수가 진행돼 뇌도 영향을 받는다. 패스 타이밍, 수비 위치 선정, 슈팅 선택, 반칙 여부 판단이 모두 흔들릴 수 있다. 후반 막판과 연장전에 실수가 늘어나는 것은 약한 정신력 때문이 아니다. 뇌와 근육이 같은 연료를 두고 버티는 생리적 상황이 원인이다.

축구경기 연장전에 돌입한 선수들은 몸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이런 이유로 축구의 연장전은 정신력 싸움이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선수들의 몸에서는 글리코겐 고갈, 혈당 저하, 근육 손상, 탈수, 체온 상승, 인지 피로가 동시에 진행된다.

월드컵 토너먼트의 드라마는 여기서 나온다. 연장전 골은 기술과 전술의 결과이면서, 마지막까지 남은 에너지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쓰느냐의 결과다. 연장전 30분은 승패를 가르는 시간이자, 인간의 몸이 축구라는 극한 운동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과학 실험이다.

한편 독일과 파라과이는 32강 토너먼트 승부에서 연장전까지도 결판을 내지 못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파라과이가 4-3으로 이기면서 전차군단 독일은 짐을 싸고 말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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