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는 고대인이 어느 날 갑자기 사막에 세운 기적 같은 건축물이 아니다. 거대한 석재를 쌓고 무게를 분산하는 기술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됐다. 최근 이집트에서 발견된 약 5000년 전 무덤 2기는 고대인의 뛰어난 과학 지식을 보여주는 증거로 주목됐다.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미니아 지역 자발 알 타이르 유적의 초기 왕조 무덤 2기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 무덤은 이집트가 통일된 뒤 제1왕조가 형성된 기원전 3100~2686년 무렵의 것으로, 기자 대피라미드보다 수 세기 앞서 조성됐다.

이번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무덤의 구조다. 첫 번째 무덤은 벽 아래쪽을 두껍게 만들고 위로 갈수록 점차 얇아지는 형태다. 단순한 매장 시설이 아니라 건물의 무게를 아래로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분산하려는 구조적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집트 미니아 주의 자발 알 타이르 유적에서 발굴된 새로운 무덤 중 하나 <사진=이집트 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이런 벽체 구조는 훗날 계단식 피라미드와 완전한 피라미드로 이어지는 건축 사고의 초기 형태일 가능성이 있다”며 “피라미드는 거대한 돌덩이를 쌓는 작업이 아니라, 수직 하중과 벽체 안정성을 통제한 고도의 구조공학이었다. 이번 무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이미 5000년 전부터 이런 문제를 실험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무덤에서는 석재 가공 흔적도 확인됐다. 일부 돌 표면에서 고대 작업자들이 석재를 절단하고 다듬다 생긴 선명한 흔적이 확인됐다. 벽을 보강하기 위한 목재 지지 구조도 발견됐다. 석재와 목재를 함께 사용해 건물을 안정화한 점은 당시 장례 건축이 단순한 구덩이 매장에서 훨씬 복잡한 석조 구조물로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발굴조사 결과, 첫 번째 무덤은 후대에 석재가 반출되면서 일부가 훼손됐다. 바로 남쪽에서 확인된 두 번째 무덤은 비슷한 설계가 적용됐고 비교적 온전한 상태를 유지했다. 덕분에 학자들은 조사단은 당시 건축 방식과 원래의 구조를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5000년 전 자발 알 타이르 유적의 무덤 구조를 잘 보여주는 드론 사진 <사진=이집트 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두 무덤의 설계는 아비도스에 있는 고대 이집트 제1왕조 제5대 파라오 덴의 무덤과도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서로 떨어진 지역에서 비슷한 구조가 확인됐다는 점은 초기 이집트 국가 형성기에 무덤 건축 기술과 설계 개념이 여러 지역으로 공유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자발 알 타이르 유적은 한 시대에만 쓰인 무덤 터가 아니었다. 학자들은 초기 왕조 시대 무덤 외에도 더 오래된 선왕조 시대 매장지와 훨씬 뒤의 후기 왕조 시대 무덤을 교차 비교했다. 선왕조 시대 매장지에서는 식물 매트에 감긴 채 웅크린 자세로 묻힌 유골과 나카다 문화의 특징인 검은 테두리 토기가 발견됐다.

무덤에서 나온 인골 및 부장품 <사진=이집트 관광유물부 공식 페이스북>

후기 왕조 시대 무덤터에서는 목관 잔해가 어지러운 개인 및 집단의 묘실이 나왔다. 이는 자발 알 타이르가 수천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사용된 장례 공간이었음을 시사했다.

관광유물부 관계자는 “5000년 전 자발 알 타이르의 무덤에 남은 벽체 두께 변화와 보강 구조는 고대 이집트 건축가들이 이미 무게와 균형, 재료의 한계를 고민했음을 보여줬다”며 “피라미드는 돌을 어떻게 세우고 벽체가 버티게 하며, 무게를 땅으로 흘려보낼지 건축 기술 시연의 장이었다. 두 무덤은 그 거대한 건축 역사의 초기 페이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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