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시즌이 다가오면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한테 파란색 수영복 입히지 말라”는 조언이 공유된다. 색깔 하나가 물에 빠진 아이의 구조 시간을 좌우하고 교통사고 발생 확률을 높이며, 수면의 질도 바꿔놓는다는 연구들은 색깔의 과학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해외 수상안전 전문기관 얼라이브 솔루션(Alive Solutions)은 올해 물놀이철을 앞두고 다양한 색상의 어린이 수영복을 수영장과 호수에서 촬영해 수중 시인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파란색과 하늘색, 흰색 계열은 물색과 섞여 수중에서 식별이 어려웠다. 반면 형광주황과 형광노랑, 형광분홍색은 멀리서도 쉽게 확인됐다.

미국 수상안전 교육기관 CPR Kids 역시 비슷한 이유로 어린이 수영복으로 파란색을 피하라고 강조해 왔다. 아이가 물속에 잠기는 사고는 대부분 수 초 안에 발생하기 때문에 구조자의 시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파란색 수영복은 시인성이 너무 떨어져 인명사고 위험이 높다는 설명이다.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 수영복이 파란색일 경우 유사시 수중에서 아이의 위치나 상태 파악이 어렵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차량 색상 역시 안전과 밀접하게 관계됐다. 뉴질랜드 연구팀은 2003년 실험 보고서 ‘자동차 색상과 교통사고 부상 위험: 인구 기반 환자-대조군 연구(Car colour and risk of car crash injury: population based case control study)’를 내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연구팀은 검은색 차량이 흰색 차량보다 사고 위험이 높은 경향을 확인했다. 은색 차량은 사고 위험이 비교적 낮게 평가됐다. 연구팀은 밝기 대비와 시인성이 운전자의 차량 인지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떠올렸다. 차량 색상과 시인성의 관계를 분석한 이후 연구에서도 밝은색 계열 차량이 상대적으로 타 차량 운전자 눈에 잘 띄는 경향이 파악됐다.

공사장 안전조끼의 형광색도 색깔의 과학에 기인했다. 미국국립표준협회(ANSI)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고시인성 안전복 기준은 사람의 눈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황록색 계열을 중심으로 형광색 안전복을 규정했다. 형광색은 주변 배경과 명도 차이가 크고 대낮이나 흐린 날씨는 물론 야간에도 반사띠와 함께 사용하면 작업자의 존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작업용 조끼에는 시인성이 뛰어난 노란색 계열 형광 컬러가 적용된다. <사진=pixabay>

색깔은 인간의 생리 기능을 바꾸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의과대학교 건강정보 플랫폼(Harvard Health Publishing)에 2024년 올라온 ‘청색광의 어두운 이면(Blue light has a dark side)’이 유명하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스마트폰과 LED 조명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이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특히 청색광은 같은 밝기의 다른 색보다 생체리듬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색깔은 우리의 생활, 과학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물속에서는 구조 시간을, 도로에서는 운전자의 반응 속도에 영향을 주고 공사장 작업자의 생명을 지키며 밤에는 우리 생체시계를 좌우한다. 전문가들은 용도에 맞는 색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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