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의 기원이 약 110억 년 전 우주에 존재한 매우 밝은 은하일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간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주요 방사원으로 활동 중인 거대 블랙홀이 지목돼 왔지만, 폭발적으로 별을 만들어내는 초기 우주의 은하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하는 관측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6일 일본 국립천문대(NAOJ)에 따르면, 우라타 유우지 연구원이 중심이 된 국제 연구팀은 남극의 중성미자 관측 장치 아이스큐브(IceCube)가 2021년 탐지한 중성미자 현상 'IC 210922A'의 도착 방향을 추적하던 중 그 기원으로 의심되는 밝은 은하 '섀도 블래스터(Shadow Blaster)'를 특정했다.
약 110억 년 전 우주에 위치한 섀도 블래스터는 중성미자의 주요 원천이 제트를 방출하는 활동 은하핵이라는 기존 생각과 다른 특징을 보였다. 블랙홀 활동에서 나타나는 X선이나 감마선 같은 고에너지 방출이 매우 약한 데다 두꺼운 먼지에 둘러싸여 있었다.
우라타 연구원은 "섀도 블래스터는 앞쪽 다른 은하가 일으킨 중력렌즈 효과로 확대되면서 관측이 가능했다"며 "지상 최대 전파망원경군 알마(ALMA)로 측정한 분자 가스의 에너지 분포에서도 블랙홀에 의해 가열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고, 폭발적인 별 형성 활동이 가스를 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양한 파장대의 관측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 은하 중심부에는 지름 약 1500광년의 좁은 영역에 태양 수천억 개에 해당하는 질량의 가스와 먼지가 밀집한 코어가 자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극단적인 고밀도 환경이 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만들어내는 천연 입자가속기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폭발적으로 탄생한 무거운 별들은 짧은 생을 마치고 폭발해 초신성이 된다. 이때 발생한 강력한 충격파는 양성자와 원자핵 등 우주선을 높은 에너지로 가속한다. 가속된 우주선이 밀집한 가스 속에서 주변 물질과 반복적으로 충돌하면 여러 입자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발생할 수 있다.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는다는 의미의 '중성(neutro)'과 작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접미사 'ino'를 결합해 이름 붙인 기본 입자다. 질량이 극히 작고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 별이나 행성은 물론 지구를 통과하기도 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기원은 오랜 수수께끼였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부 활동 은하핵이 중성미자의 발생원으로 확인됐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천체만으로는 우주 전체에서 관측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양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일부 학자는 초기 우주에서 폭발적으로 별을 만들어내던 은하가 또 다른 중성미자 발생원일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초기 우주의 별 형성 은하는 짧은 기간에 수많은 별을 만들고 폭발을 반복했다. 이론적으로는 중성미자를 대량 생산할 수 있지만 지구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데다 두꺼운 먼지에 가려져 개별 중성미자 사건과 특정 은하를 연결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의 경우, 중력렌즈 효과가 이 한계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섀도 블래스터와 같은 고밀도 별 형성 은하가 초기 우주에 다수 존재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개별 은하가 방출하는 중성미자의 양은 많지 않더라도 이들 은하 전체의 기여를 합치면 현재 관측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 배경의 최대 약 20%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