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가 돋친 갑옷을 두른 오스트리아 목장의 양이 최근 해외토픽으로 소개됐다. 늑대가 양을 물면 가시가 입안을 찔러 공격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장비다.

엉뚱해 보이는 발상이지만 개발자는 진지하다. 오스트리아 케른텐 필라흐의 전직 농부이자 수렵가 루돌프 샤우바흐(72)는 양을 사냥하러 내려오는 늑대를 퇴치하려 3년에 걸쳐 이 장비를 만들었다.

양 전용 갑옷은 길이 약 1.5m로 기본 재질은 플라스틱이다. 여기에 수많은 가시를 부착했다. 무게는 2~3㎏이며 날카로운 가시는 양이나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고무 튜브로 감쌌다.

원리는 단순하다. 갑옷을 입은 양을 늑대가 물면 입안을 가시가 찌르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늑대가 불쾌한 경험을 기억해 같은 먹잇감을 다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개발자의 생각이다.

오스트리아 남성이 제작한 가축 갑옷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이 장비는 최근 목장에서 실전 테스트를 치렀다. 과거 늑대 공격으로 양을 잃은 농장주가 어미 양에 갑옷을 입히고 목초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늑대가 접근하거나 공격할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현재까지 갑옷을 입은 양에 대한 늑대의 공격은 기록되지 않았다. 다만 늑대가 장비를 보고 접근을 피한 것인지, 우연히 공격이 없었던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갑옷의 실제 방어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가축에 이런 방어 장비를 입히는 방법은 실제로 포식자를 막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늑대를 비롯한 포식자의 학습능력이다. 동물은 특정 먹잇감을 공격할 때 통증이나 강한 불쾌감을 경험하면 이후 비슷한 행동을 피하는 회피학습을 보인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포식자를 죽이지 않고 가축의 공격을 막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미국 농무부(USDA) 국립야생동물연구센터 연구팀은 빛과 소리를 이용하는 무선 장치의 시험 결과를 2002년 발표했다. 늑대가 목장 주변에 접근하면 장치가 이를 감지해 섬광과 소음을 발생하는 방식이다.

늑대는 학습능력이 뛰어난 포식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미국 아이다호에 서식하는 늑대에 무선발신기를 부착하고 목장에 접근하면 장치가 섬광과 소음을 내도록 했다. 연구팀은 장치가 소규모 목초지에서 늑대의 접근을 억제하고 가축을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다만 장비가 비싸고 구조가 복잡하며 무선발신기를 부착한 늑대에게만 작동한다는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포식자의 학습능력이 불쾌한 경험에 국한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늑대나 코요테처럼 학습능력이 뛰어난 포식자는 반복적으로 같은 자극을 경험하면 더는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처음에는 빛이나 소리에 놀라 접근을 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장치를 무시하는 습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양의 갑옷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가시가 늑대에 충분한 통증을 준다면 공격을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은 있다. 반대로 늑대가 갑옷으로 보호되지 않은 머리나 다리를 공격해 양을 사냥하는 방법을 학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축을 지키는 데 중요한 목양견. 영리하고 활동력이 많으며 주인에 충성하는 보더콜리가 대표적이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살상 가축 보호 방법은 전기 울타리와 목양견이다. 목양견은 새끼 무렵부터 양이나 염소 무리와 생활하며 가축을 자신의 사회적 집단으로 인식한다. 늑대 등 포식자가 접근하면 짖거나 위협 행동을 보여 가축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는다. 이 방법의 핵심은 포식자가 가축을 공격한 뒤 불쾌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공격 기회를 차단하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장비만으로 늑대의 공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목초지의 크기와 지형, 늑대의 개체 수, 자연 상태에서 먹이가 얼마나 풍부한지에 따라 가축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동물보호단체는 갑옷이 양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덤불 등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머리와 다리처럼 장비로 보호되지 않는 부위가 공격에 노출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갑옷 개발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한 샤흐바흐는 특허출원을 신청하는 한편, 장비를 대량생산할 업체를 찾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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