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해발 2500m를 넘어서면 고산병에 노출된다. 5000m 이상에서는 산소 부족과 추위가 생명을 위협하며, 8000m 부근에서는 장기간 생존이 어렵다.
과연 포유류가 먹이를 구하고 번식하며 정착 가능한 최고 고도는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확인된 답은 해발 6739m다. 기록의 주인공은 거대한 산양이나 눈표범이 아닌 손바닥만 한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Punta de Vacas leaf-eared mouse, 학명 Phyllotis vaccarum)다.
이 동물은 남아메리카에 분포하는 잎귀쥐속 설치류다.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에 걸친 유야이야코 화산 정상에서 발견됐다. 해발 6739m인 유야이야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활화산이다. 정상 부근은 기압이 낮고 건조하며, 강한 자외선이 내리쬐고 기온 변화가 심하다. 풀과 관목 같은 식물은 해발 약 5100m를 넘으면 거의 자라지 않는다.
살아 있는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가 정상에서 포획된 때는 2020년 2월이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캠퍼스 제이 스토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위 아래로 달아나는 생쥐를 발견해 손으로 포획했다.
형태와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연구팀은 당시 이 쥐를 노란엉덩이잎귀쥐의 아종으로 보고했다. 이후 분류학적 재검토를 거쳐 현재 별도 종인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로 인정됐다.
이 쥐가 유야이야코의 보다 낮은 구간에도 서식한다는 증거는 선해연구에서 이미 잡혔다. 2011년 해발 약 6200m와 6734m에서 사체가 촬영됐고, 2013년에는 6205m에서 살아 있는 개체의 사진이 찍혔다. 2016년에는 6154m 지점의 굴 주변 토양에서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의 환경 DNA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쥐의 세대 길이보다 각 관찰 사이의 간격이 길다는 점을 고려해 최소 여러 세대가 6000m 이상에서 살아왔다고 봤다. 2022년 국제 학술지 포유류학 저널에 낸 관찰조사 보고서를 내고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가 해발 6000~6700m에 자립 가능한 개체군을 형성했다고 전했다.
고산 포유류로 유명한 동물들도 실제 정착 고도는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보다 낮다. 눈표범은 약 5800m, 야생 야크는 약 5500m가 안정적인 서식 고도로 평가된다. 큰귀우는토끼가 6130m에서 목격됐다는 기록도 있지만, 1921년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사용한 고도계의 오차 때문에 실제 지점은 6000m 아래였을 가능성이 있다.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가 유야이야코 정상에서 발견된 뒤 여러 의문이 제기됐다. 산소가 해수면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극심한 추위가 이어지는 곳에서 작은 쥐가 어떻게 체온을 유지하느냐는 것이었다. 몸집이 작은 동물은 체중에 비해 몸의 표면적이 넓어 열을 빠르게 잃는다.
스토즈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안데스산맥의 저지대와 중간 고도, 고산 지역에서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를 포획했다. 연구팀은 쥐들을 칠레대학교로 옮겨 저온과 저산소 환경을 동시에 재현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고산에서 태어난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는 저지대 개체보다 산소가 부족한 추위 속에서 더 많은 열을 만들었고 체온도 잘 유지했다. 골격근의 미토콘드리아 호흡 능력이 발달해 떨림으로 열을 생산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산소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지방을 연료로 이용해 열 생산을 지속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이달 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흥미로운 것은 저지대와 고산지대 쥐가 유전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로 가까운 지역에 살며 교배도 이어지지만, 고산 개체에는 지방산을 분해하고 처리하는 유전자를 비롯해 극한 환경에 유리한 변화가 축적됐다. 강한 자연선택이 집단 사이의 유전자 교류에도 지워지지 않는 지역 적응을 만들어낸 것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와 기온만큼 심각한 문제는 먹이다. 전술한 것처럼, 유야이야코 화산에서는 풀과 관목 같은 식물이 약 5100m 위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2024년 발표된 연구는 2020년 정상에서 포획한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의 장 내용물을 분석했다. 장에서는 지의류를 포함한 식물성 먹이가 확인됐다. 일부 식물은 화산 아래쪽과 주변 고원에 분포하는 종이어서, 바람에 실려 정상 부근까지 올라왔거나 눈 아래와 바위틈 같은 미세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신 유전체 분석에서는 식물의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능력과 관련된 유전적 변화도 발견됐다. 먹이가 드문 곳에서는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먹기 어렵다.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는 희박한 산소와 혹독한 추위뿐 아니라 제한적이고 독성이 있을 수 있는 먹이까지 견디도록 적응했다는 이야기다.
현재 과학적으로 확인된 포유류의 정착 고도는 해발 6739m다. 다만 이 높이가 포유류의 절대적인 생리 한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푼타 데 바카스 잎귀쥐가 더 높이 올라가지 않은 것은 생존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유야이야코 화산이 그곳에서 끝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