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글씨를 쓰고 물건을 던질 때 한쪽 손을 주로 사용한다. 특히 인류는 오른손 선호가 뚜렷해, 문화권에 차이가 있어도 대부분 오른손을 쓴다.

한쪽 팔다리를 선호하는 행동은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고양이와 개도 먹이를 꺼내거나 장난감을 붙잡을 때 특정 앞발을 반복해 사용한다. 2019년 관련 연구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고양이의 약 78%, 개의 약 68%가 왼쪽이나 오른쪽 가운데 한쪽 발을 선호했다. 다만 인간과 달리 종 전체가 오른쪽으로 강하게 쏠리지는 않았다.

영장류에서는 두 손을 함께 쓰는 복잡한 동작에서 편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2011년 국제 학술지 인류진화저널(Journal of Human Evolution)에 실린 실험 결과가 대표적이다. 침팬지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777마리를 조사한 이 연구에서 침팬지와 보노보, 고릴라가 집단 수준에서 오른손을 선호했고, 오랑우탄은 왼손으로 기울었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자세와 이동 방식, 생태적 적응에서 비롯됐다고 추측했다.

새에서도 좌우 편향이 확인됐다. 호주 매쿼리대학교와 호주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2011년 2월 영국왕립학회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낸 보고서에서 "호주 앵무새 16종 322마리를 관찰한 결과, 많은 개체가 먹이를 다룰 때 한쪽 발을 일관되게 사용했으며, 어느 발을 선호하는지는 먹이를 관찰할 때 주로 사용하는 눈과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전했다.

인류의 오른손 편향은 꽤 심한 편이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한쪽 손이나 발, 눈을 주로 사용하는 현상을 학자들은 좌우 편향 또는 행동 편측화라고 부른다. 생물이 왼쪽과 오른쪽을 다르게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를 두고는 논쟁이 계속되는데, 최근 연구는 그 역사를 약 5억5000만 년 전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연구팀은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낸 실험 보고서 ‘에디아카라기의 양대칭동물 스프리기나 플로운데르시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행동 편측화 증거(Earliest evidence of behavioural handedness in the Ediacaran motile bilaterian Spriggina floundersi)’로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에디아카라기 고생물 스프리기나 플로운데르시(Spriggina floundersi) 화석에서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는 좌우 편향을 확인했다. 스프리기나는 약 5억6000만~5억5000만 년 전 얕은 바다에 서식한 납작한 생물이다. 길이는 수㎝였고, 몸 앞뒤와 좌우가 구분되며 여러 마디가 반복되는 형상이다. 정확히 어느 현생동물 계통과 가까운지 아직 모르며, 초기 양측대칭동물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

에디아카라기 고생물 스프리기나 플로운데르시 <사진=스콧 에반스>

연구팀은 호주 남부 닐페나 에디아카라 국립공원과 남호주박물관의 스프리기나 화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약 70%에서 몸의 긴 축이 휘었고, 왼쪽으로 굽어 보이는 화석은 오른쪽으로 굽은 화석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통계 분석에서도 좌우가 우연히 같은 비율로 나타났을 가능성은 낮았다.

화석이 왼쪽으로 굽었는데 왜 오른쪽 편향일까. 스프리기나 화석은 생물의 몸이 해저 퇴적물에 찍힌 거울상 형태로 남았기 때문에, 화석에서 왼쪽으로 휘어 보이는 개체는 살아 있을 당시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물살이나 매몰 과정이 모든 개체를 한 방향으로 밀어 만든 결과인지도 검토했다. 같은 화석층에 놓인 개체들의 몸 방향은 제각각이었고, 가까이 붙은 개체들조차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굽어 있었다. 한 개체의 몸이 여러 위치에서 반대 방향으로 휜 경우도 파악됐다. 외부의 물리력보다는 스프리기나가 스스로 몸을 움직였다는 설명에 무게가 실렸다.

스프리기나 플로운데르시 화석들이 보여주는 편향 <사진=스콧 에반스>

뉴욕자연사박물관 스콧 에반스 연구원은 "이번 발견이 스프리기나가 사람처럼 오른손잡이였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몸을 움직일 때 오른쪽 방향을 상대적으로 더 자주 선택한 행동적 편향은 뚜렷하다. 먹이활동의 영향인지, 장애물을 피하려는 행동이었는지 모르지만, 한쪽 방향 선호가 해류가 아닌 생물의 독립적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행동적 측면화가 복잡한 뇌와 손이 등장한 뒤 갑자기 생긴 능력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대 동물의 좌우 편향은 신경계 양쪽의 기능 분화와 관련이 있다. 스프리기나의 움직임도 몸의 마디와 근육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신경계가 이미 에디아카라기에 존재했음을 암시한다. 

스콧 에반스 연구원은 "오른손잡이는 사람만의 특징이 아니며, 이제 그 기원은 다리도 없던 5억5000만 년 전 바다 생물까지 거슬러 올라갔다"며 "스프리기나가 화석에 남긴 작은 굽힘은 생명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왼쪽과 오른쪽을 똑같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흔적일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